주택 경기가 살아나면서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 감소세에 속도가 붙었다. 국토해양부가 집계한 지난 8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13만3779가구로, 7월 말(14만186가구)보다 6407가구가 줄었다.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3월 16만6000가구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의 수도권 미분양 주택 마케팅도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 중반까지만 해도 분양가 할인과 중도금 무이자 대출 등의 미분양 마케팅은 중견 건설사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수도권에서도 대형건설사들이 각종 혜택을 내세우며 미분양 아파트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이미영 분양팀장은 "주택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분위기가 살아 있을 때 미분양 주택을 팔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대형건설사에도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형건설사도 계약금 정액제·중도금 무이자 조건 내걸어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가 몰려 있는 경기도 용인에선 GS건설과 현대건설이 각종 조건을 내세우며 미분양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성복동의 '성복자이 1·2차'의 경우 공급면적 156㎡ 이상인 주택에 대해 계약금 정액제(5000만~7000만원)와 중도금 무이자(40%) 조건을 제시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최근 시행사와 합의가 이뤄져 대형 주택형에 대해 분양 조건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용인~서울' 간 고속화도로 개통으로 강남 접근성이 개선됐고 2014년엔 신분당선 성복역(가칭)이 인근에 들어설 예정이다. 같은 지역에서 분양 중인 현대건설의 '용인 성복 힐스테이트'(2157가구) 역시 최근 중도금 60%를 전액 무이자로 융자 알선하고 계약금 정액제를 실시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인천 영종도 운서지구에 들어선 금호건설의 '영종2차 금호어울림'(160가구)은 이 지역의 가장 취약점 중 하나인 인천대교 통행료 지원에 나섰다. 현재 인천대교의 통행료는 4600~6000원 사이에 결정될 예정. 이에 따라 금호건설은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177㎡(53평)를 구입할 때 잔금 3억원에 대해 3년 동안 이자를 대납해주고 인천대교 통행료를 2년 동안 1460만원 지원하는 지원책을 내놓았다. 사실상 아파트 가격을 할인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

인천 청라지구에선 롯데건설이 중심 상업지역에서 분양 중인 '청라 롯데캐슬 오피스텔'(498실)의 분양 조건을 완화했다. 계약금 5% 정액제에 79㎡형은 중도금 60% 이자후불제, 119㎡형 이상은 중도금 전체를 무이자로 융자 알선해 준다. 이 오피스텔은 높이 50층, 170m 규모이며 청라지구에 들어서는 중앙 호수공원과 캐널웨이 등이 인근에 있다.

◆중견 건설사는 직접적인 가격할인

대형건설사들이 중도금 무이자와 계약금을 줄이는 등 간접적으로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데 비해 중견 건설사들은 직접 분양가격을 인하하는 방식을 동원하는 것이 특징. 용인 신갈동에서 성원건설이 분양 중인 주상복합아파트 '신갈 성원상떼빌'(404가구)은 분양 초기보다 분양가를 최대 1억5000만원가량 낮췄다. 계약금은 5%이며 중도금 전액 무이자로 발코니 확장 등도 무료로 제공된다. 한양이 파주교하에서 분양 중인 '파주교하 수자인'(780가구)은 입주 때 시세가 분양가 이하로 떨어지면 돈을 환불해주는 '원금보장제'를 실시하고 있다.

고양시 덕이동에 동문건설이 분양 중인 '덕이동 동문굿모닝힐'(A1블록 693가구·A5블록 863가구)은 중도금 60% 중 1·2·3회는 이자후불제(30%), 4·5·6회차는 무이자(30%) 조건으로 분양 중이다.

◆입지·주변 시세 비교한 후 선택해야

최근 미분양 아파트 소진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양도세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고,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된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신규분양 주택 청약 경쟁률이 치열해지면서 청약가점이 부족한 주택 수요자들이 미분양 주택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원인으로 보인다.

미분양 주택의 분양 조건이 완화된 것은 주택 수요자 입장에선 일단 반가운 소식이지만 전문가들은 가격과 입지 등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분양 주택은 애초부터 분양가격이 높게 책정됐거나 입지가 좋지 않았던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스피드뱅크 이미영 팀장은 "미분양 주택을 고를 때에는 할인 폭이나 변경된 조건에 집착하기보다는 주변의 기존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 보고 주변 교통여건·생활편의 시설 등을 직접 확인한 뒤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