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죽일수도 없고 놔둘 수도 없고` 한은의 부동산 고민

뉴스 이데일리
입력 2009.08.11 16:37

이성태 총재 또 언급.."상당히 경계심 갖고 지켜보는 중"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해 또 한번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달보다 발언 수위가 한 층 강경해졌다는 게 눈에 띈다.

이 총재는 11일 금통위가 끝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전체적으로 주택가격 상승압력이 있는 것 같아서 상당히 경계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달 전만해도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해) 좀 경계해야 하는 상황 아니냐`고만 언급했었다.

주택가격 상승세에 대해서도 지난 7월에는 `다소 상승했다`고 언급했지만 이번에는 "상당히 빨리 상승했다"고 했다. 중앙은행 총재가 부동산 가격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리 인상`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표현의 수위를 최대한 자제하던 지난달과는 많이 달라졌다.

이 총재의 이같은 발언수위의 변화 역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시점이 보다 앞당겨진게 아니냐는 추측을 가능케하는 요인들 가운데 하나다.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이 별로 내리지도 않고 다시 오르는 게 문제`라는 한 달 전 주장을 이날도 또 반복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주택가격이 지난 4~5년 동안 많이 올랐는데 그 뒤로 별로 내리지 않았다"면서 "지난 2~3개월 동안 다시 주택가격이 회복기미를 보이는데 회복되는 정도라면 큰 문제가 아니지만 다른 투기심리를 자극하는 쪽으로 확산돼서는 안되겠다는 게 주택문제를 계속 관심갖고 제기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금감원과 진행중인 공동검사도 주택대출을 어떤 사람들이 가져가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을) 집을 여러채 가진 사람이 받아가느냐 아니면 실수요자가 받아가느냐 하는 것을 알아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가격에 대한 이성태 총재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투기 심리에 의해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어질 수도 있다"면서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 때문에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데 따른 걱정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의 제약은 두가지 방향으로 작동한다. 실물은 여전히 좋지 않아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인데 부동산 가격만 오를 경우 금리인상 카드를 빨리 뽑을 수 밖에 없어진다. 또 다른 한 편의 고민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과정에서는 대출 증가를 수반할 수 밖에 없는데 대출잔액이 늘어나면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저항이 심해진다는 뜻이다.

수도권에 국민의 절반이 몰려 산다는 점에서 주택가격 상승이 지역적으로 수도권 일부지역에 국한된 현상이라는 평가도 별 `위안`이 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부동산 가격에 대한 한국은행의 신경이 더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지역이라고 하지만 전국 주택의 분포도를 보면 결코 일부지역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진작 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는 점이 당국의 고민이다. 고용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가계 소득이 늘어서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은 기대하기 어렵다. 자산가격 상승에 기댄 소비진작이 현재로서는 경기 회복을 위한 유일한 탈출구다. 정부 당국의 부동산 규제 목적이 상승세 자체를 꺾는 것보다는 과도한 상승을 경계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도 그래서 나온다.

그러나 그런 당국의 고민을 시장도 알고 있다는 게 문제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는 조짐을 확인한 후에야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금리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의 하방압력보다 경기 회복에 따른 상방압력이 더 클 것"이라면서 "이래저래 부동산 가격이 쉽게 아래로 내려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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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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