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Why] 富村 한남동서 이웃한 재벌들이 싸우는 이유는?

뉴스 채성진 기자
입력 2009.07.18 03:16 수정 2009.07.18 21:15

한강 조망권 침해문제로 증·개축 공사 때마다 민원
대개 위로금 주고받고 끝내
신세계·부영家는 소송까지

한강(漢江)과 남산(南山)에서 한 글자씩 따온 용산구 한남동은 간판 부촌이다. 그런 이곳에서 유달리 주민간 다툼이 잦다. 최근 이명희(66) 신세계그룹 회장이 딸 정유경(37) 조선호텔 상무 집을 증축하자 이중근(68) 부영그룹 회장이 조망권이 침해됐다며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정 상무의 집터는 2개 필지(각각 1002.6㎡, 627.4㎡)를 합한 1630㎡(494평)다. 2007년 땅을 사들일 때 가격만 60억원이 넘었다고 한다. 이 집은 삼성 리움미술관 위쪽의 브라질 대사관저에서 한 집 건너에 있다.

작년 10월 착공해 공정률이 70%를 넘은 새집은 지상 2층, 지하 2층이다. 지하층 기초공사는 마무리됐고 1층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공사장 주변에는 사람 키의 서너 배가 넘는 철제 담장을 쳐 놓았으며 대형 크레인도 있다.

대형 크레인이 설치된 곳이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의 주택 공사 현장이다. 왼쪽으로 한강이 보인다. 크레인 오른쪽의 검은색 지붕 집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자택이다. /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이중근 회장은 1995년부터 이곳에 2층 주택을 짓고 살고 있다. 정 상무 집이 신축 공사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2층의 이 회장 서재에서 창 밖으로 한강, 강변도로, 한남대교 위를 지나는 자동차의 숫자까지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시야가 확 트였다고 한다.

이 회장측은 "(정 상무의 집이) 설계대로 건축되면 2층까지 전면 시야가 완전히 차단돼 조망권이 없어진다"면서 "(신축 주택이) 대지 지반을 기존보다 1m 이상 높여 건축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정 상무가 짓는 집의 왼쪽에는 1층 주택이, 오른쪽에는 2층 주택이 나란히 있는데 최소한 그 높이에 맞춰 낮게 지어야 하지 않겠냐"고도 했다. 신세계측은 "이 지역은 건물 높이가 8m로 제한돼 있어 7.82m로 계획했다"면서 "착공 전 부영에 건축도면까지 보여줬다"고 했다.

한남동은 아래쪽 도로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건축법상 전용 주거지역이어서 2층 이하의 건물만 지을 수 있다. 신축하는 집의 정문은 이중근 회장 집 쪽으로 내고, 반대쪽에는 주차장 출입구가 설치된다고 한다.

이중근 회장의 집에서 위쪽으로 한 집을 지나 올라가면 작은 길을 사이에 두고 이명희 회장의 집이 나온다. 그 뒤쪽에 정 상무 소유의 또 다른 2층 집이 있다. 건너편은 정용진(41) 신세계 부회장의 2층 집이다.

이 회장 일가의 집들은 상대적으로 대지가 높은 곳에 자리잡고 이웃 주택과의 간격도 넓어 다른 집들이 증축한다고 해도 조망권에는 큰 영향이 없어 보였다.

한남동 주민들은 "우리 동네에서 조망권 때문에 송사(訟事)까지 이른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한남동 주택을 담당했던 공무원은 "몇 년 전 얘기인데 증축·개축 허가가 나면 곧바로 주민들의 조망권 민원이 이어졌다. 숫자는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줄잡아 수십 건 정도 됐다"고 했다.

"명망있는 분들이어서 그랬는지 원만히 화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서로 모르는 처지가 아니었던 만큼 비공식 채널을 통해 합의금이나 위로금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주고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2005년 인근 이태원동에서 삼성과 농심의 오너들이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집 신축에 따른 소음, 조망권 문제로 법정 다툼이 벌어졌다. 당시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아들 신동익 부회장은 이 회장에게 집을 팔기로 하면서 소송을 취하했다.

이승태 변호사(법무법인 두우&이우)는 "조망 이익은 주관성이 강해 사람에 따라 중요성이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법적 보호를 받는 일조권(日照權)보다는 엄격히 해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에서는 자연경관 주변의 호텔이나 식당처럼 조망이 금전적 이익과 연결되거나 경제적 가치와 결부될 때에만 침해를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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