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분양가 내렸더니… 청약자 줄 섰다

뉴스 홍원상 기자
입력 2009.05.08 03:08

청라·의왕·신당 등 서울·수도권 4개단지 1순위 청약 하루 만에 마감
자취 감췄던 '떴다방'까지 떠 건설사 "시장 분위기 좋아졌다" 청약 열풍 전국 확산은 일러

수도권 아파트 분양 시장에 훈풍(薰風)이 불고 있다. 지난 6일 1순위 청약을 받은 서울·수도권 4개 단지 3749가구가 단 하루 만에 마감되면서 건설사들은 그동안 미뤄왔던 아파트 분양계획을 다시 세우고 있다. 모델하우스 곳곳에는 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속칭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까지 등장했다.

◆낮은 분양가가 청약 성공의 비결

지난 주말 모델하우스에 수만 명이 몰린 인천 청라지구의 '한화 꿈에그린'은 전용면적 100㎡형 주택(298가구)에 3182명이 청약을 신청, 최고 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기 의왕시 내손동 '래미안 에버하임'도 1426명이 접수해 지역 거주자 신청만으로 분양을 모두 마쳤다.

수도권 아파트의 잇단 분양 성공에는 건설사들의 분양가 인하가 주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청라지구의 경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상황에서 당초 예상했던 분양가보다 단지별로 3.3㎡당 50만~100만원 이상 더 낮췄기 때문이다.

'한화 꿈에그린'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1065만원. 두 달 전 인천도시개발공사가 공급한 웰카운티보다 100만원 가까이 싼 가격이다. 서울 도심 가까이에 짓는 '신당동 래미안'(3.3㎡당 평균 1488만원)과 '의왕 래미안 에버하임'(평균 1320만원) 역시 주변 시세와 거의 비슷하게 공급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전매제한 완화로 분양권 거래 금지기간이 짧아지고 청라지구의 경우, 양도세 면제까지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실수요자뿐 아니라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성 수요도 가세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이번에 청약률이 좋았던 것은 가격 경쟁력과 입지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며 "주변 시세와 비교해도 이 정도 가격이면 나중에 크게 손해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소비자들이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 청라지구의 '한화 꿈에그린' 모델하우스를 찾은 내방객들이 입장하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 아파트는 6일 최고 23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청약을 마감했다./한화건설 제공

◆분양 채비를 서두르는 건설업체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자 인천 청라지구, 경기 의왕시 등 아파트 모델하우스 주변에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떴다방'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모델하우스를 찾은 예비청약자들에게 "아파트 분양에 당첨되면 분양권을 수천만원의 웃돈을 얹어 사주겠다"고 호객 행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건설사들도 그동안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아파트 분양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집값 하락으로 사업 진행을 미뤄왔던 경기도 수원의 '아이파크 시티'를 9월쯤 분양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삼성물산도 분양가 책정 문제로 지지부진했던 재개발과 뉴타운 사업 일정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분양팀장은 "수도권 청약 결과가 이 정도 수준이면 분양시장의 분위기는 확실히 바뀐 것 같다"며 "다만 낮은 분양가가 청약 성공의 주원인인 만큼 앞으로 공급하는 아파트의 분양가격을 낮추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 호조가 확산되긴 힘들어"

최근 주택 청약이 호조를 보인 데는 기존 주택시장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불안해진 주택 수요자들이 청약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자를 성급하게 결정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강조한다. 전반적인 경제 여건은 여전히 침체돼 있는 만큼 수도권 청약 열풍이 다른 지역으로 퍼져 나갈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그런 만큼 무작정 청약에 나서기보다 입지여건이 뛰어나거나 가격 경쟁력이 있는 주택에만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리서치센터장은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집을 사 놓기만 하면 값이 오르는 시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이미영 분양팀장은 "현재 시장 분위기는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보다는 실수요자에게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택 구입 후 3~4년 이상 실제 거주할 수 있는 곳을 골라 구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안전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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