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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지방 아파트 분양시장에도 볕든다

뉴스 홍원상 기자
입력 2009.05.07 05:45

분양값 대폭 낮추고 중소형 중심으로 공급 대전지역 한 아파트 청약경쟁률 7대1 넘어

지난 5일 제주도에 있는 '한일 베라체' 아파트 모델하우스. 일반 분양이 끝난 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이날 하루에도 200여명의 주택 수요자들이 찾아와 분양 조건을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이 아파트를 공급한 한일건설 신동준 분양소장은 "지금까지 200㎡(60평) 대형 주택도 저층 일부만 남고 모두 팔리고 계약률도 이미 80%를 넘었다"며 "수요자들의 관심도 꾸준히 이어져 이번 연휴에만 10채 가까이 팔렸다"고 말했다.

쌓여만 가는 미분양과 경기 침체에 힘겨워하는 지방 분양시장에서 일부 아파트 단지들이 분양에 성공하고 있다. 2007년 이후 청약률 '제로(0)' 단지가 연거푸 속출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 이처럼 지방 분양시장에서 수요자들에게 적지 않은 인기를 끄는 비결은 지금까지 미분양 발생의 고질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던 부분(고분양가·중대형 공급·공급 과잉)을 철저히 배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주변 시세보다 싼 분양가격

계룡건설은 최근 대전 지역에 '리슈빌 학의뜰'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분양가격을 3.3㎡당 800만원대 후반으로 정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적정 분양가로 제시한 926만원에서 30만원 이상을 더 깎은 것이다. 이는 2007년 말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덕명지구의 분양가(3.3㎡당 1000만원대)보다 100만원가량 낮은 수준. 결국 분양가 인하는 수요자들의 청약으로 이어져, 최근 지방 분양 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최고 7.6대 1(115㎡ 기준)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계룡건설 김철수 과장은 "최근 2~3년간 청약 미달이 거의 기정사실화돼 있는 충남 지역에서 3순위까지 전 주택형이 마감된 것은 예상 밖의 결과"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격에 위축돼 있던 투자심리도 되살아난 것 같다"고 말했다.

◆중소형 주택 중심으로 이뤄져

꽁꽁 얼어붙은 지방 분양 시장에서도 소형 주택에 대한 인기는 높다. 최근 경기 침체 여파로 자금 마련 부담이 적은 소형 아파트에 대한 실수요자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주택 경기가 호황일 때 건설사들이 소형 주택 공급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소형 주택 희소가치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롯데건설이 대구 서구 평리동에 분양한 '롯데캐슬'의 경우 중대형 주택은 모두 미달한 반면, 84㎡(25평) 주택은 1.83대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다. 지난달 22일 인천 청라지구에서 청약을 한 '한라비발디' 역시 131㎡(39평)형 인천 거주자 우선 공급 물량(49가구)에 547명이 몰리면서 최고 경쟁률(11.2대 1)을 기록했다.

◆지역에서 4년 만에 공급된 아파트

분양가격이 조금은 비싸고 중대형 주택 위주로 이뤄졌는데도 인기를 끈 단지도 있다. 한일건설이 제주도 이도동에 짓는 '제주 이도 한일 베라체'는 평균 1.63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다. 게다가 지방은 물론 서울 분양시장에서도 '찬밥' 신세였던 200㎡(60평·26가구) 주택이 이번 분양에서 최고 경쟁률(3.75대1)을 세웠을 뿐 아니라 계약 잔여분을 선착순으로 분양받기 위해 청약자들이 밤을 지새우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이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675만~780만원 선.

4년 전 인근 지역(노형동)에 공급된 아파트 분양가격(500만원대 후반)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130㎡(39평) 이상 중대형 주택이 아파트 전체 공급물량(661가구)의 30% 이상 차지하는 데도 청약에 성공한 핵심 요인은 공급 부족. 신동준 분양소장은 "제주도의 경우 최근 4년 동안 분양이 전혀 없었을 뿐 아니라 이도지구에는 10년 넘게 대형 주택 공급이 없어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조금씩 형성돼 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기 침체와 미분양에 허덕이는 지방 청약시장에서도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 전략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분양 성적표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말한다. '스피드뱅크' 이미영 분양팀장은 "요즘과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시장 수급을 정확히 파악하고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놓으면 수요는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최근 분양에 성공한 단지들이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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