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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 "분양포기, 전세 놓습니다"

뉴스 조선닷컴
입력 2009.04.15 08:24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지방의 이른바 악성 미분양 단지들이 사실상 임대단지로 전락하고 있다고 한국일보가 15일 보도했다.

경기침체로 분양이 극히 저조하자, 건설사들이 직접 임대를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전세분양'. 단지 공동화(空洞化)를 막고 자금 운영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틀 수 있다는 점에서 전세분양은 건설사들의 마지막 생존 마케팅 전략인 셈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지난해 6월 준공된 대구 성당동 일대 3,466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재건축 입주단지. 국내 5대 건설사 중 2곳이 공동 시공한 민간분양 아파트지만, 속내를 따져보면 사실상 임대단지에 가깝다고 한국일보는 보도했다. 일반분양(1,038가구)의 절반 이상인 640여 가구를 시공사가 전세분양을 통해 입주시켰기 때문이다. 나머지 400여 가구도 전세임대 대상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H건설이 준공한 인근 대천동의 730가구 아파트 단지도 최근 전세분양이 한창이다. 170가구의 미분양ㆍ미입주 물량 가운데 이미 100가구 가량을 시공사 임대분으로 채웠고, 남은 70여 가구도 선착순 분양이 되지 않을 경우 임대를 준다는 방침이다. 성당동 D아파트도 전체 미분양의 절반 이상인 200가구 가량을 시공사 임대로 채웠다.

이들 단지는 그간 땡처리나 할인분양은 거들떠 보지도 않던 대형 건설사들이 분양한 곳. 하지만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 미분양ㆍ미입주로 남다 보니 이들 대형사도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임대를 줘서라도 입주물량 채우기에 나선 것이다.

최근 전세분양에 나선 D사 관계자는 "어차피 분양이 안 되는 마당에 임대라도 주는 편이 회사 자금 사정이나 단지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악성 미분양을 가진 상당수 시공사들이 전세분양을 하고 있다"며 "대구뿐 아니라 지방의 대다수 미입주 단지들은 전세임대를 통해 입주율을 높이고 있다"고 이 신문에 설명했다.

학군이 좋아 '대구 8학군'으로 불리는 수성구 범어동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해부터 입주가 이뤄진 신규 단지 대부분이 전세분양으로 채워지고 있다. 시공능력 3위권 회사조차 임대로 미입주를 채우는 실정이다. 대형사들이 잇따라 임대 놓기에 나서면서 최근엔 임대 경쟁까지 붙었다.

달서구 월배지구 미분양 현장을 갖고 있는 S건설 관계자는 "전세 수요는 한정돼 있는데 여러 건설사들이 중개업소를 통해 한꺼번에 전세분양에 나서다 보니, 중개업소에 잘 보이기 위해 중개수수료를 더 챙겨주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이 신문에 토로했다.

H건설 관계자는 "시공사가 임대를 주는 경우 통상 중소형은 분양가의 40~50%, 중대형은 25% 수준에서 전세금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시공사 임대물량이 많아 경쟁이 치열한 단지는 이보다 낮게 줘야 한다"고 이 신문에 전했다.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도 골칫거리다. 월배지구 D건설 관계자는 "건설사가 임대를 준다고 하면 임대단지로 전락해 시세가 떨어진다고 반발하는 입주자들이 많아 드러내 놓고 전세분양을 홍보하기도 어렵다"며 "암암리에 계약자들 눈치를 봐가며 영업을 하고 있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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