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급할 건설사들 "지어도 미분양" 공사안해
주택 없는 신도시 우려 "현실적인 정부대책 시급"
충남 연기군과 공주시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행정도시) 건설현장. 25일 오전 산과 논밭이 펼쳐져 있던 옛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72.9㎢(2만2000평) 대지는 광활한 공사장으로 변해있었다. 택지 조성 공사를 위해 덤프트럭과 굴삭기들이 곳곳에서 굉음을 내며 오가고 있다.
이곳에서는 2007년 11월 민간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짓기 위해 한국토지공사로부터 공동주택용지를 공급받았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5월부터는 일반분양에 들어가야 하지만 아파트 분양을 하겠다는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정권이 바뀌면서 현 정부에서 사업 추진력이 약화됐고 극심한 부동산 경기침체까지 맞물려 민간 건설사들이 아파트 분양을 기피하고 있어 행정복합도시 건설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건설사 중도금 납부 중단
토공은 2007년 11월부터 행정복합도시(충남 연기·공주)에서 공공주택용지 54개 필지(231만 5000㎡)를 매각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면적기준으로 44%(1121㎡)만 팔렸다. 또 이미 택지를 분양받은 12개 대형건설사들은 토공에 중도금 납부를 거부하며 공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들은 "택지 분양가를 낮춰 달라"며 주택협회를 통해 조만간 토공에 탄원서를 낼 예정이다. 건설사들은 "행정기관이야 정부 발표에 따라 억지로 이전한다고 하더라도 애초 계획처럼 인구 50만이 행복도시에 올지 의문"이라며 "지금 상황에선 아파트를 지어 봐야 미분양 아파트만 대거 양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도시 공공택지 10%만 팔려
전국 10개 도시에 추진되고 있는 혁신도시 건설 사업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건설사들이 경기침체로 택지구입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혁신도시 공공택지공사는 토공이 강원·경북·울산 등 6개 지역, 주공이 충북·경남·제주 등 3개 지역, 부산도시공사가 부산에서 각각 담당하고 있다. 토공은 지난해 말부터 강원·경북 등 4개 지역에서 27개 필지(94만3000㎡) 택지를 분양했으나 실제 팔린 것은 면적기준으로 10.3%에 불과하다. 전남·광주와 전북의 경우, 매각을 해도 구입할 건설사가 없다고 보고 판매에 착수도 하지 못한 상황. 토공은 일부 택지에 대해 공사를 담당한 건설사에 공사비 대신 택지를 주는 '대행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주공 역시 전체 38개 필지 중 6개 필지만 자체 매입했고 나머지 83%는 매각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행정·혁신도시 주변 미분양도 심각
현재 지방 아파트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미분양 아파트 수가 14만여가구에 달하는 것도 건설사들이 행정·혁신도시의 택지 매입을 꺼리는 이유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최소한 행정·혁신도시 주변 미분양 아파트라도 팔려야 신규 아파트를 짓고 땅을 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행정·혁신도시의 택지가 팔리지 않을 경우, 2012년 정부와 공공기관이전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 혁신도시나 행복도시에 아파트를 지어도 팔릴 수 없다"면서 "결국 2012년에 공공기관과 정부기관이 행복도시와 혁신도시에 이전하더라도 주택 없이 공공기관 건물만 있는 유령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박사는 "땅값 보상이 끝난 마당에 행정·혁신도시 건설을 중지할 수는 없다"며 "지역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국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혁신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는 노무현 정부 시절 지방균형발전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충남 연기군과 공주시 일대를 개발, 2012년까지 중앙행정기관을 옮기도록 한 사업이다. 당초 인구 50만이 유입되고 교육·문화·행정·의료 기능이 있는 자족적인 도시라고 발표했었다. 혁신도시는 경북·부산·대구·전북 등 전국 10개 지역에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157개 공공기관을 옮기는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