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빌딩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피맛골'

뉴스 이석우 기자
입력 2009.03.17 02:49

재개발 청진동 일대 상가 부족현상 심해져

16일 저녁 퇴근길, 생선 굽는 연기와 빈대떡 지지는 냄새로 가득한 서울 종로구 청진동 '피맛골'. 사람 둘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의 식당과 선술집은 3~4곳을 남기고는 텅텅 비어 있었다. 빈 식당 앞에는 '100m 앞 빌딩으로 이사했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만 펄럭이고 있었다.
청진동 일대 재개발 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피맛골 전통의 '맛집'들이 인근 오피스텔로 대이동을 시작했다. 맛집들이 가장 많이 모여든 곳은 2007년 8월 입주를 시작한 '르메이에르 빌딩' 내 상가. 100년 전통을 자랑하던 해장국집 '청진옥', 매운 낙지볶음으로 유명한 '서린낙지', 메밀국수집 '미진' 등이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반면 생선 구이가 유명한 '대림'과 선술집 '열차집' 등은 빌딩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청진동 일대 재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입주 초기 텅텅 비어 있던 르메이에르 빌딩 상가 입점률도 높아지고 있다. 이 빌딩에는 지하 1·2층, 지상 1~5층까지 350여개 상가가 입점할 수 있다. 지난해 4~5월까지만 해도 점포 50% 정도가 비었지만 지금은 점포 공실률이 20% 안팎으로 줄었다. 청진동에 있는 '24공인중개사' 박향만 사장은 "건물이 헐린 식당들이 이 지역에서 계속 장사하려면 현재로선 르메이에르 빌딩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청진동 맛집들이 대거 이사를 온 르메이에르 빌딩 내 상가. /조선일보 DB

이 빌딩에서 가장 비싼 1층은 33㎡(10평) 기준으로 보증금 1억원에 월세 500만~700만원에 이른다. 지하 1층은 같은 넓이 점포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250만원 안팎이다. 식당들 입장에선 예전보다 보증금·월세가 2~4배 정도 비싸다.
청진동 주변은 사무실이 밀집해 있어 서울 시내에서도 식당의 핵심 상권 중 하나. 그러나 개발 사업이 완료되는 2012년까지는 종로 주변에 신규 빌딩이 들어설 계획이 거의 없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세빌스 코리아'의 홍지은 차장은 "청진동이 재개발되면 임대료가 비싼 고급 빌딩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 예전의 전통 식당들이 입점하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3년간은 청진동 일대의 상가 부족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대표는 "지금도 청진동 일대에선 음식점들이 들어갈 수 있는 빌딩이 많지 않아 상가 임대료가 높게 형성돼 있다"며 "청진동 일대 철거가 진행될수록 상가 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어들어 임대료가 싼 주변 상가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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