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심층분석] 갈팡질팡 부동산시장

뉴스 홍원상 기자
입력 2009.03.10 03:20 수정 2009.03.10 11:35

미분양 사상최고에도 아파트 경매는 호황
"강남 일부 반등해도 흐름 바꾸기엔 역부족"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사는 이모(여·36)씨는 지난주 아파트 계약 당일에 거래가 무산됐다. 이씨는 현재 살고 있는 115㎡(34.7평)짜리 아파트를 팔고 바로 옆 단지의 149㎡(45평)로 넓혀 이사를 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자신의 집을 사려던 투자자가 집값의 추가 하락을 걱정해 갑자기 계약을 포기하면서 매매가 줄줄이 무산됐다. 이씨는 "집값이 바닥(최저점)을 쳤다는 얘기가 나와 매매를 서둘렀는데 매수자들이 시장에서 다시 빠져나가는 분위기"라며 "지금은 집을 사야 할지, 팔아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택 시장이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집값이 하염없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올 들어 강한 반등세를 보이다 다시 하락세로 반전하는 '롤러코스터'식 장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주택관련 각종 지표가 사상 최고치와 최저치를 잇달아 갈아치우며 서로 상반된 움직임마저 보여 향후 시장 전망을 예측하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다.

◆'때아닌' 호황 누리는 경매·분양 시장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의 경매 법정과 주변 복도는 500여명에 달하는 경매 참가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복도가 텅 비어 있을 정도로 썰렁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최근 주택 경기의 상승세가 한풀 꺾인 듯한 양상을 보이는 것과 달리 아파트 경매 시장은 투자자들의 열기로 뜨겁다. 부동산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남 3개(강남·서초·송파) 구의 아파트 경매 물건에 대한 입찰 경쟁은 평균 11.8명으로 2003년 5월(12.8명)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4.3~5.4명 수준이었던 작년 하반기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 그 결과 감정가보다 비싸게 낙찰받은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서초구 잠원동 S아파트 경매에 85명이 몰리면서 감정가(4억5000만원)보다 높은 4억5500만원(101%)에 팔렸다.

분양 시장에도 '때아닌' 호황을 누리는 곳이 나온다. 대우건설이 지난주 서울 용산구에 공급한 '효창 파크 푸르지오'의 경우 1순위 청약에서 최고 19.6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46㎡(44평) 중대형을 비롯한 일반 분양물량(133가구) 모두를 청약 마감했다.

◆갈수록 나빠지는 주택 관련 지표

그러나 주택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냉랭하다 못해 꽁꽁 얼어붙은 모습이다. 우선 민간 건설업계의 투자 계획을 미리 점쳐 볼 수 있는 건축 인·허가 실적이 1989년 1월(89만9000㎡·27만1900평)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9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에서 건축 허가를 받은 주거용 건축물의 연면적은 90만㎡(27만2200평)로 작년 1월(245만㎡·74만1100평)보다 63.2% 감소했다.

건설사들이 실제 공사에 들어간 실적도 극도로 부진했다. 지난 1월 주거용 건축물의 착공 실적은 76만8000㎡(23만2300평)로 통계 분석이 가능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중견 건설업체 A사 대표는 "주택경기 침체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규 사업보다 미분양 주택 해소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미분양 주택 역시 정부가 미분양 집계를 시작한 1993년 이후 최대 규모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의 미분양 주택 수는 한 달 전보다 3029가구(1.9%) 늘어난 총 16만5599가구로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강남 일부 지역만 국지적 반등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시장의 특징을 크게 두 갈래로 나눠서 바라보고 있다. 구분 기준은 대형 고가 주택이 주로 밀집한 서울 강남권 등 '버블세븐' 지역과 나머지 부동산 시장. 즉, 최근의 집값 단기 급등은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 완화를 계기로 강남 지역의 일부 재건축 아파트에서 나타났지만 전체 주택 시장은 이와 상관없이 가격 하락을 쉼 없이 반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반짝 회복 기미를 보이던 강남의 부동산 시장도 최근 들어 동유럽발 금융 위기와 국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하락세로 돌아선 만큼 주택경기 침체는 전반적으로 좀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것.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정부가 강남 3구를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더라도 그 효과가 다시 당장 나타나기는 힘들 것"이라며 "실제로 정부가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규제를 대거 풀었지만 집값이 급등세를 탄 것은 2001년 이후였다"고 말했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작년 말 이후 실물경기가 더욱 악화된 만큼 올 하반기에 경매 시장에 물건이 대거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급적 주변 시세보다 10~20% 싸게 나온 급매물 위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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