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세븐 지역 집값 떨어지고… 강북권은 크게 오르고
올해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특징은 주택 경기가 활황일 때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과 고가(高價) 주택일수록 하락폭이 더 컸다는 점이다. 그동안의 집값 급등에 대한 부담과 국내외 경제 위기가 맞물려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지난날 집값 상승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서울 노원·도봉·강북구 등 강북 지역과 경기 북부, 인천 등의 공시가격은 일제히 올랐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각종 개발 호재와 함께 값싼 중소형 주택에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종부세 대상 주택, 30% 정도 줄 듯
올해는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주택 수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종부세 부과의 기준이 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고가 주택 위주로 더 크게 떨어졌다는 점에서다.
3억원 초과~6억원 이하 주택은 10.8%,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주택은 14.6%, 9억원 초과 주택은 13.3%씩 주택 공시가격이 떨어졌지만 집값이 2억원 이하인 주택은 오히려 1~2%대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도 대형·고가 주택이 주로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버블세븐' 지역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시·군·구별로는 경기 과천의 하락률이 가장 컸다. 지난해 9.5% 하락한 데 이어 올해는 21.5%나 떨어졌다. 이어 경기 분당과 용인 수지도 각각 20.6%, 18.7% 떨어졌고 서울에서는 송파구와 양천구가 나란히 14.9% 하락했다.
실제로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84.43㎡(25.5평·전용면적 기준)의 올해 공시가격은 7억2000만원으로 작년(9억2800만원)에 비해 2억800만원(22.4%) 떨어졌다. 강남구 압구정 한양 4차(101.09㎡·30.6평) 역시 지난해(8억8800만원)보다 16.7%(1억4800만원) 하락한 7억4000만원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종부세 대상이 되는 6억원 초과 공동주택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국토부는 6억원 초과 공동주택이 지난해 25만가구에서 19만가구로 6만가구(24%) 정도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9억원 초과 주택도 지난해 9만3000가구에서 6만1000가구로 3만2000가구(35%)가 줄었다. 더욱이 정부가 지난해 종부세 관련 세제를 개편하면서 부과기준을 6억원 초과 주택으로 유지하는 대신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부과기준은 9억원 초과로 상향 조정했기 때문에 실제 종부세를 내야 하는 주택은 상당히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 외곽·수도권 공시가격은 올라
서울 강북권(노원·도봉·강북구)을 비롯한 경기 북부와 인천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오히려 크게 올랐다. 지역별로는 경기 의정부와 동두천이 전년대비 각각 21.6%, 21.5% 올랐고 인천 동구(19.8%), 경기 양주(19.6%)·포천(19.3%) 등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단지별로는 의정부시에 있는 '산들마을 현대'(60㎡·18.2평) 아파트가 1억1400만원으로 전년보다 18.8% 올랐고 양주 덕정 '주공4단지'(93㎡·28.1평)도 16.8% 오른 1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특히 작년에 2억9000만원이었던 의정부시 용현동 다세대주택 '삼우빌라'의 공시가격은 올해 3억8000만원으로 9000만원(31%)이나 급등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세계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의 여파에다 초기 자금이 많이 들어가는 대형·고가 주택에 대한 투자수요자들의 관심은 크게 줄어든 반면 실수요자 위주로 투자가 이뤄진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중소형 주택의 강세가 올해 공시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