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상승세 다시 '스톱'
"경제 갈수록 나빠지는데 부동산만 회복될 수 없어
정부, 적기에 정책 펴야"
최근 중견 건설업체 A사는 올 상반기 아파트 공급을 목표로 준비 중이던 수도권 신규 사업을 유보하기로 했다.
정부가 규제를 잇달아 풀면서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가 일부 팔리고 서울 강남 집값이 들썩이는 등 부동산 시장이 반짝 상승세를 보이다 다시 잦아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책 완화에도 부동산 시장이 다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올 들어 서울 강남 집값이 최고 3억원 이상 급등하고 수도권 미분양이 소진되면서 '부동산 바닥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지난주부터 다시 거래가 끊기고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실장은 "잇단 규제 완화에도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정부 조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않으면서 주택 가격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최고가보다 5000만원 내린 급매물
정부는 작년 말부터 재건축 아파트의 임대주택의무비율 폐지 및 용적률 완화, 한강변 초고층 건물 허용 등의 조치를 잇달아 발표했다. 이 여파로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50㎡·15평)는 올 들어 최고 9억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이 아파트의 최근 매도가격은 8억5000만원. 약 2주일 만에 5000만원이 떨어졌다. 올 들어 11억2000만원까지 매매가 이뤄진 잠실 주공5단지(112㎡·34평) 역시 3000만원 내린 10억9000만원에 매물이 나왔지만, 관심을 보이는 수요자는 찾기가 어렵다.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국내외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가격이 추가로 내려갈 것이란 생각에 투자에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미분양 해소·토지 거래도 꽉 막혀
양도소득세 면제(감면) 조치에 투자자들로 북적거렸던 수도권 미분양 모델하우스도 다시 썰렁해진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달 12일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미분양 주택을 구입한 뒤 5년 안에 되팔 경우 양도세를 50% 감면 또는 면제해주기로 했다. 이로 인해 고양시에 지어지는 일부 미분양 아파트는 발표 후 50~60여채가 팔리는 등 큰 호응을 얻었지만 최근에는 계약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다른 수도권 지역들은 양도세 감면 발표 후 3주 가까이 지났지만 대부분 10여채 정도 팔리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민간 주택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토지거래허가구역 대규모 해제 역시 부동산 시장에 별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그동안 위축돼 있던 민간 건설사들의 주택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대부분의 건설업체는 여전히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하거나 올 하반기로 최대한 미루고 있다.
◆경기회복 전엔 부동산시장도 침체
정부의 규제 완화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는 데다 정부 조치가 시장에 적기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당초 이달부터 폐지할 예정이었던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는 국회의 관련법 개정안 처리가 늦어져 빨라도 5월 이후에야 시행될 전망이다.
일반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정부가 주택시장을 비롯한 경기 활성화 조치의 하나로 기준금리를 2%까지 대폭 낮추었는데도 여전히 5~6%를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사실상 거의 다 풀었지만 각종 경제 지표가 나쁘게 나오는 상황에서는 시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대책이 조금이라도 효과를 보기 위해선 시장 상황에 맞게 제때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