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0년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임대료 주변 시세의 80% 수준
서울 거주기간·부양가족 많을수록 유리
이번 물량 강남권 등 주거 요지에 공급
오래 살아도 '내 집'으로 전환할 수 없어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시프트)' 699가구가 9일부터 공급된다. 시프트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 임대료가 주변 아파트 전세 시세의 80% 수준으로 정해져 있다. 전세금은 매년 조정되지만 법적 기준에 따라 5% 이상은 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거주요건만 갖추면 2년 단위로 최대 10번까지 임대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주택 가구들의 관심을 끌 전망이다.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이번에 공급되는 시프트 물량은 강남권을 비롯해 입지와 주거 환경이 좋은 곳이 많아 청약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초구 등 서울 주거 요지에 많아
9일부터 공급되는 물량 중 눈길을 끄는 곳은 서초구 반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반포 자이'다. 3410가구의 대단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중 419가구가 시프트로 배정됐다. 공급 면적 기준으로 59㎡형이 319가구, 84㎡형이 100가구이며 전세금은 각각 2억2400만원과 3억원이다. 현재 주변 시세에 비해 25~30% 정도 싸다는 평가다.
이 밖에 올해 공급 예정인 장기전세주택 중 확정된 물량은 3175가구. 강일지구에서 59㎡(이하 전용면적) 112가구가 공급되는 것을 비롯해 서초구에서는 두산건설이 시공한 '서초두산위브 트레지움' 84㎡ 6가구, 삼성물산의 '래미안 서초스위트' 59㎡ 6가구가 공급된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 114'의 김규정 부장은 "시프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가격이 싸다는 것 외에도 서울의 주거 요지에 물량이 많이 공급되는 장점이 있다"며 "무주택 가구들엔 주거 환경·가격 면에서 일반 전세에 비해 유리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자격요건 따져 청약해야
장기전세주택은 전체적으로 볼 때 국민임대주택과 같은 기존의 서민형 주택에 비해 청약요건이 완화된 편이다. 하지만 장기전세주택에도 가점제가 실시되고 있어 본인에게 어떤 가점 요인이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 봐야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시프트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가 SH공사가 직접 지어 공급하는 유형. 은평 뉴타운, 강동구 강일지구 등 택지지구에 공급되는 주택이 이런 유형이다. 이곳에 1·2순위로 청약하려면 청약저축에 들어야 하고 서울 거주기간, 가구주 나이,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이 중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의 10%는 전년도 도시 근로자 평균 소득의 70% 이하인 가구에 우선적으로 배정된다. 하지만 2년 뒤 재계약을 할 때 가구 소득이 70%선을 1.5배 이상 넘기면 경우에 따라 강제 퇴거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두 번째 유형은 재건축으로 늘어난 용적률 가운데 일부를 서울시가 매입해 시프트로 공급하는 재건축형이 있다. 그동안 재건축형 시프트는 서울시에 거주하고 무주택 요건만 갖추면 됐지만 법이 개정되면서 조건이 강화됐다. 서울 거주기간(최대 5점), 무주택기간(최대 5점), 가구주 나이(최대 5점), 부양가족 수(최대 5점), 20세 미만 자녀의 수(최대 3점), 65세 이상 노부모 3년 이상 부양(2점) 등이 가점 대상이다.
◆분양 전환은 되지 않아
지난 2007년 처음 공급된 장지지구 59㎡형은 9.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올해 초 공급된 재건축 시프트 '서울숲 아이파크' 84㎡형은 110.1 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가격과 입지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장기임대주택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내 집'으로 전환할 때 우선권이 주어지지만 시프트는 근본적으로 분양 전환이 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공급물량이 3100여가구(올해 공급 예정분)밖에 되지 않아 무작정 시프트만 바라보고 있기에는 무리가 있다. '닥터 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센터 팀장은 "시프트에 살다가도 자금이 마련되고 집을 구입할 적기라고 판단되면 자유롭게 나갈 수 있어 내 집 마련 기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단 무주택 가구 입장에선 가점 요인을 감안해 시프트 입주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