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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우뚝 선 당진… 산업이 살아야 부동산도 살더라

뉴스 당진=이석우 기자
입력 2009.03.02 02:49 수정 2009.03.02 09:39

전국 부동산 침체에도 '나홀로 강세'
현대제철 등 기업 유치 효과 '톡톡'

"계약금 30만원을 낼 테니 당장 계약서 씁시다. 마음에 드는 집을 겨우 찾았는데 다른 사람이 낚아채 갈지 모르잖아요." 지난 주말 충청남도 당진군 당진읍 원당삼거리에 있는 부동산중개업소. 전셋집을 구하려고 한 달째 매물을 찾아다녔다는 강모(37)씨 부부는 이날 급하게 계약서를 썼다. 강씨가 구한 56㎡(17평)짜리 다세대주택의 전세 보증금은 3500만원. 그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 돈이면 번듯한 아파트 전세를 구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턱도 없다"며 "다른 지방 도시에서는 집값이 떨어져서 난리라는데 당진은 왜 이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의 여파로 전국의 주택 가격이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지만 당진만큼은 예외다. 아파트 분양권은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전셋집은 나오기가 무섭게 사라져 버린다. 4~5년 전부터 충남 당진군에 기업들이 대거 이전해 오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불황 속에도 당진 집값만 올라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가 몰아치기 시작한 작년 8월 이후 전국의 아파트 가격은 3.51% 하락했다. 특히 서울은 4.58%, 경기도는 4.39%가 떨어졌다. 전세금도 서울(3.84%)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평균 2.28% 하락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충남 당진의 부동산 시세는 반대로 움직였다. 아파트 매매 가격은 2.6%, 전세 가격은 6.51% 상승한 것. 아파트 분양권도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내년 3월과 8월에 각각 입주하는 '남산공원 휴먼빌'(113㎡·34평)과 '한라비발디'(109㎡·33평)의 분양권은 당초 분양가보다 1500만원 정도가 오른 2억2000만~2억2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들도 조금씩 소진되는 양상이다. 이 지역의 K공인중개사 장미숙 대표는 "2~3년 전처럼 집값이 급등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승세를 꾸준히 유지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충남 당진군 당진읍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와 주변 부동산중개업소. 당진은2005년부터 기업들이 몰려들면서 최근 전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매매와 전세 가격이 동반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당진=이석우 기자


◆주택경기 활성화의 비결은 기업 유치

당진의 부동산 시장이 주택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활황을 맞고 있는 것은 기업유치 덕분이다. 당진군이 유치한 기업 수는 2005년 107개, 2006년 105개, 2007년 270개, 2008년 160개로 지난 4년간 642개이며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로 인해 97개 공장은 이미 완공돼 가동에 들어갔고 438개 공장은 들어설 예정이다.

기업유치 덕분에 사람도 몰리고 있다. 당진에서 가장 큰 사업을 벌이고 있는 현대제철은 2006년 10월부터 송산면에 일관제철소(제선·제강·압연 등 3개 공정을 모두 갖춘 제철소)를 짓고 있다. 이는 2011년까지 총 5조8400억원을 투자하는 초대형 사업. 이 때문에 제철소 건설 현장에서 매일 1000여명이 일하는 등 2011년 완공될 때까지 총 700만명의 건설 인력이 투입될 예정이다. 당진군청 오성환 지역경제과장은 "불과 2~3년 전만 해도 대규모 아파트 공사가 한꺼번에 시작돼 아파트가 모두 팔릴 수 있을지 내심 걱정했다"며 "하지만 기업체들이 잇달아 들어오면서 지금은 오히려 집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라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제철소를 비롯해 기업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는 데다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감면 조치까지 맞물려 당진의 주택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선 규제 완화뿐 아니라 기업의 투자 확대 등에 따른 주택 실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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