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에 대한 보유세 부과 기준인 표준지 공시지가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 내렸다. 국토해양부는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가 작년에 비해 1.42% 하락했다고 26일 밝혔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약 2900만 필지에 달하는 개별필지의 가격 산정기준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증여세 등의 부과 기준이 된다.

◆수도권 지역이 크게 하락

표준지 공시지가는 1989년 지가공시제도가 도입된 후 1999년(9.34% 하락)을 제외하고 매년 상승했다. 특히 2005년부터 작년까지는 해마다 9.63~17.81%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실물경기 침체로 개발사업이 지연되고 투자수요가 급감하면서 땅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공시지가도 떨어졌다.

올해 공시지가는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하락한 가운데 수도권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떨어졌다. 특히 용인 수지(-5.1%), 충남 연기(-3.99%), 서울 강남(-3.23%), 용인 기흥(-3.22%), 성남 분당(-3.17%) 등은 3% 넘게 급락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규모 개발에 대한 기대감에 땅값이 많이 올랐던 행복도시(-2.58%)와 기업도시(-0.96%), 혁신도시(-0.76%)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반면 전북 군산(9.1%)은 경제자유구역 지정, 현대중공업 유치 및 새만금 개발사업 조기추진 등으로 공시지가가 크게 올랐고 인천 남구(3.79%)는 주거환경 개선사업과 제물포 역세권 개선사업, 아시아경기 개최 등의 영향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은 서울 중구 충무로1가 파스쿠찌 매장으로 5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이 매장의 땅값은 1㎡당 6230만원으로 작년보다 170만원 떨어졌지만 전국에서 유일하게 3.3㎡(1평)당 2억원이 넘었다. 반면 전국에서 값이 가장 싼 땅은 경남 산청군 삼장면의 임야로 조사됐다. 공시지가는 작년보다는 1㎡당 10원이 올라 110원을 기록했다.

◆보유세 부담은 다소 줄어들 듯

표준지 공시지가가 하락하면서 보유세 부담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더욱이 작년까지는 공시지가에 세금을 부과하는 비율인 과표적용률이 매년 5%씩 올라 공시지가가 오르지 않더라도 보유세 부담은 계속 늘어나는 구조였다. 그러나 정부는 올 들어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도입하는 등 세율 조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부동산세제 전문가인 김종필 세무사는 "올해 공시지가 5억3398만원인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토지는 지난해 공시지가(5억5050만원) 대비 3% 정도 하락해, 재산세·종부세 등 보유세는 지난해 약 327만원에서 올해 약 189만원으로 42.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는 작년까지 적용되던 과표적용률(지난해 65%) 대신 공정시장가액비율(재산세 65%·종부세 80%)이 확정됐다는 전제 아래 산출한 것. 현재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은 80%로 확정됐으나, 재산세는 아직 정해지지 않아 실제 세부담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개별토지 공시가격은 올 5월 말 통보

공시지가는 국토해양부 홈페이지(www.mltm.go.kr)나 시·군·구에서 다음 달 30일까지 열람할 수 있다. 공시지가에 대한 이의신청도 이 기간 중 시·군·구 또는 국토부 부동산평가팀을 통해 서면으로 내면 된다. 개인별로 소유하고 있는 개별필지에 대한 공시가격은 5월 31일 발표되고 재산세와 종부세는 6월 1일 현재 토지 소유자에게 부과한다. 따라서 6월 1일 이후에 토지를 취득하면 올해 보유세는 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토지를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와 살 때 내는 취득·등록세는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부과되는 만큼 공시지가 변동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