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고급 아파트, 중저가 주택보다 더 떨어져"

뉴스 홍원상 기자
입력 2009.02.20 03:13

싱가포르 '홍륭그룹' 렝벵 회장

"경기 침체기에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 기업만 살아남습니다. 경기 침체가 시작될 때는 부유층을 중심으로 고가 제품이 잘 팔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침체의 골이 깊어질수록 고가 제품에 대한 관심은 크게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의 최대 화교 재벌 홍륭(豊隆)그룹의 회장이자 부동산개발 자회사인 시티 디벨롭먼트 리미티드(CDL)의 렝벵(Kwek Leng Beng ·사진) 회장은 "싱가포르도 부동산 거래량이 줄어드는 등 주택 경기가 침체기로 접어들었다"며 "고급 아파트 등 고가 부동산이 중저가 주택보다 더 크게 떨어진 것도 같은 이유"라며 이같이 말했다.

홍륭그룹은 전 세계에 걸쳐 부동산개발·호텔·금융·무역 등 500여개의 자회사 및 관계회사로 이뤄진 세계적인 기업. 순자산 규모만 36억달러(2005년 기준)에 달할 정도다. 다음은 최근 부동산 시장 및 건설 경기에 관한 렝벵 회장과의 일문일답.

―작년 하반기 이후 세계 금융시장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시아 금융시장의 상황은.

"미국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은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금융위기를 맞고 있지만, 싱가포르나 아시아 국가는 그렇게 여파가 크지 않다. 무엇보다 정부가 대출을 규제해왔고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싱가포르에서 신용경색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 다만 세계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차원에서 은행들이 대출에 더욱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싱가포르도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고 하는데.

"싱가포르도 세계의 다른 부동산 시장과 비슷하게 2004년부터 고가 행진을 벌여왔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 위기와 주택경기 침체의 여파로 싱가포르 주택 가격도 작년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하락폭이 크지는 않다. 고급 아파트 등 고가 부동산은 15~20% 정도 하락했지만 일반 중저가 주택은 5% 정도 떨어지는 데 그쳤다. 다만 싱가포르도 부동산 거래량이 줄어드는 등 주택 경기가 침체기로 접어든 것은 확실하다."

―두바이 등 세계 각국에서 진행 중이던 대규모 건설 공사가 중단되고 있다. 싱가포르 건설경기도 크게 위축된 것 같은데.

"신용경색으로 은행이 돈을 대출해주지 않으면서 많은 민자 개발사업이 취소됐다. 더욱이 땅만 갖고 있으면 이를 구입할 때 빌린 대출금에 대한 이자만 내면 되지만 여기에 건물을 지으면 건축비에 대한 금융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만큼 건설사들도 신규 사업을 중단하는 모습이다. 지금은 은행 금리도 너무 높아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히 싱가포르 정부가 체육관·지하철 등 그동안 유보해왔던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앞당기면서 건설 산업을 지탱해주고 있다."

―싱가포르를 비롯한 세계 경기 침체는 언제쯤 회복될 것으로 예측하나.

"사실 나는 부동산 거품이 작년 상반기에 터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언제쯤 회복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다만 싱가포르의 경우 국내 건설 활동 등으로 볼 때 2년 후쯤이면 회복될 것으로 개인적으로 예상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의 최대 건축시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우리나라 건설업체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그동안 한국 건설사들과 많은 사업을 함께해왔다. 이런 경험 등으로 볼 때 쌍용건설을 비롯한 한국의 건설업체들은 일부 미국·유럽 선진 건설업체들보다 수준이 뛰어나다. 우선 값싼 인력을 확보해서 가격 경쟁력이 있고 아시아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다. 중국·베트남 하도급업체를 잘 관리하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그런 만큼 우리 회사를 비롯해 싱가포르 건설업체들은 기회만 있다면 한국 건설사들과 함께 일하고 싶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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