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심층분석] 미분양 주택 해소 위해 '초강수'

뉴스 홍원상 기자
입력 2009.02.13 03:16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부동산 규제 대폭 완화
양도세 비과세로 수도권 미분양에 '단비'
서울 강남 3구는 규제 안 풀어 투기 차단

정부가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해 초강도의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1997~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경제 위기 직후에 도입됐던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한시적 면제 조치와 함께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인 규제인 분양가 상한제까지 폐지했다. 예상보다 강도 높은 정책이 나온 데 대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미분양 급증에 따른 건설사의 연쇄부도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의 목표는 미분양 해소

이번 규제 완화는 궁극적으로 미분양 주택 해소를 통한 건설 경기 활성화를 노리고 있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분양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건설업체의 연쇄 부도가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 전국의 미분양 주택 수가 16만가구를 넘으면서 사실상 부도상태에 빠진 건설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민간주택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기로 한 것도 미분양 해소를 돕기 위한 것이다.

주택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던 2006년 하반기에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된 민간주택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는 2007년 9월 시행된 이후 집값을 안정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가격이 더 싼 주택이 나올 것이란 기대가 확산되면서 미분양 주택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분양가 상한제로 민간 건설업체들이 주택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 중장기적으로 주택 공급 감소와 집값 급등이라는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07년에 55만가구였던 전국의 주택공급은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작년에 37만가구로 급감했다.

◆수도권 미분양 해소에 도움될 듯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수도권 미분양 해소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분양 주택 매입시 양도세를 비과세하는 정책은 IMF 경제 위기 직후인 1998년 5월~1999년 6월을 비롯해 네 차례나 도입됐고 당시 미분양 해소에 큰 기여를 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실장은 "수도권의 양도세 혜택은 부동산시장에 사실상 투기자금을 끌어들인다는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죽어가는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관심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방 주택시장이 더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지방은 시세차익이 불가능한 실수요 시장이어서 양도세 면제가 큰 의미가 없다"며 "오히려 지방 사람들의 수도권 '원정'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가격 급등 가능성 적어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민간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이론상으로는 건설사가 분양가를 자유롭게 책정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지만 내수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아파트 공급에 적극 나서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추가 규제 완화에도 서울 강남 지역 집값은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조금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이번 규제 완화책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대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가 다시 유보됐을 뿐 아니라 이런 기대감이 이미 집값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최근 강남 아파트 값이 제2롯데월드 건설, 한강변 개발 등의 영향을 받아 다시 들썩이면서 정부도 해제 시기를 늦추기로 한 것 같다"며 "강남의 급매물을 노리는 실수요는 여전히 있는 만큼 가격이 내리면 거래되고 오르면 거래가 끊기는 '박스권 등락'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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