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현장 Close up] 상가 분양시장에 찬바람 '쌩쌩'

뉴스 이석우 기자
입력 2009.02.11 06:37

도심 대형 쇼핑몰에서도 미분양 상가 속출
넓은 상가는 쪼개서 분양하고 가격도 할인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A아파트의 단지 내 상가. 작년 초에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의 상가 1층은 120여개 점포 중 부동산 중개업소와 편의점, 빵집 등 80여개 매장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대부분의 점포가 텅 비어 있었다. 지하 상가에 입점한 점포는 세탁소와 식당 등 10여 개에 불과했다. 지하 상가를 오가는 주민도 4~5명뿐이었다.
이곳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류병국 사장은 "상가를 찾는 문의 전화가 가끔 오기는 하지만 계약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상가 분양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데다 세계 금융위기에 부동산시장 침체까지 맞물리면서 상가에 대한 투자가 사실상 중단된 것이다. 이런 여파로 신규 분양을 시작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물론 도심의 대형 쇼핑몰에서도 미분양 상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명동과 청담동 등 핵심 상권에서도 작년 상반기 1억원 이상 하던 '권리금'이 아예 '제로(0)' 상태가 된 매장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B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권리금이 2억~3억원씩 붙어 있던 매장들이 권리금을 포기한 채 매물로 나와 있지만 사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상가 분양하려면, 대형마트를 잡아라

상가 분양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부동산업체들은 다양한 판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도심의 주상복합 아파트에 대형 마트를 입점시켜 상가의 입점률을 높이는 것도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주변 상가로도 고객을 자연스럽게 유인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상가를 분양 중인 목동 '트라팰리스' 의 경우, 지하 1·2층에 이마트를 유치했다. 이곳에서 상가를 분양하고 있는 '이스타코' 이승민 분양팀장은 "대형 상가의 경우, 대형마트가 입점하지 않으면 분양상가 고객들이 관심을 아예 갖지 않는다"며 "입주자들도 건물 안에 생활 편의시설이 들어선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넓은 상가 '쪼개기'도 등장

높은 분양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임대 상인들을 위해 분양 면적을 줄이는 '상가 쪼개기'도 등장했다. 경기가 좋았을 때 큰 평수로 임대했던 상가를 여러 개로 나눠서 소규모 상점을 대상으로 다시 임대하는 것. 실제 서울 송파구 갤러리아팰리스 지하에 있는 상가는 기존에 있던 대형 수퍼가 철수하면서 비어 있는 2700여㎡(840평)의 공간을 100㎡(30여평)씩 20여개로 쪼갰다. 그 결과 식당·옷가게·액세서리점 등 소형 점포를 입점시켜 3분의 2 이상 채웠다.

6월 준공 예정인 경기도 성남 도촌지구의 한 근린상가는 건물 7개층 가운데 4개 층을 내과·정형외과 등 병원에 파격적인 조건(4년 임대 계약시 1년을 무상 임대)으로 임대해줬다. 이런 전략을 통해 병원이 있는 건물에 입주하기를 원하는 약국에 가장 분양가가 비싼 1층을 파는 데 성공했다.

◆분양가 할인 판매는 기본

상가 분양률이 떨어지면서 기존 분양가를 인하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시가 청계천 주변 상인을 이주시키기 위해 송파구 문정동에 짓고 있는 복합쇼핑몰 가든파이브 상가는 최근 분양가의 20%였던 계약금을 15%로 깎아줬다. 발산택지지구에서 상가를 분양 중인 S플라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양가격을 10~20%가량 인하했다. 10억원 정도에 분양하던 66㎡(20평) 상가를 8억~9억원에 팔기 시작한 것. 이 업체 관계자는 "요즘 상가 분양의 핵심은 입지가 아니라 '가격'"이라며 "고객들이 여기저기 돌아보고 가격이 맞지 않으면 쳐다 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같은 경제 상황에서 상가를 분양받거나, 임대할 때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실물 경제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상가 시장이 침체를 쉽게 벗기 어렵다"며 "점포주를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상당기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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