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9호선, 지나가줘서 고마워

뉴스 이석우 기자
입력 2009.02.10 03:36

개통 앞두고 주변 부동산 호재
전철 교통 불편했던 강서~강남 연결
급행열차 생겨 실 거주자에게 적합
당산·고속터미널역 등 더블역세권 주목
새로운 노선 많아 집값 치솟지는 않을 것

서울 한강 남쪽의 동(東)과 서(西)를 연결하는 지하철 9호선 일부 구간 개통이 오는 5월로 다가오면서 지하철 노선 주변 부동산 시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 지역은 집값이 이미 수천만원씩 오르거나 매물이 사라졌고 매수 문의도 조금씩 늘어나는 양상이다. 이진영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지하철 9호선은 상대적으로 전철 교통이 불편했던 강서와 강남을 연결하는 노선이어서 다른 지하철 노선의 개통에 비해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며 "다만 9호선 개통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은 현재 집값에 상당부분 반영돼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9호선 통과하는 흑석 뉴타운

이번에 개통하는 지하철 9호선은 김포공항에서 여의도를 거쳐 논현동까지 이어지는 1단계 구간이다. 그리고 길이 25.5㎞의 노선에 정거장 25곳, 차량 기지 1곳, 환승 정거장 6곳이 들어선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지역은 동작구 흑석동·노량진 주변. 이곳에는 '흑석 뉴타운' 건설이 이미 추진 중이고 노량진 민자역사 건설,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등도 진행되고 있어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평가다. 올해 이 지역에서도 아파트 분양이 예고돼 있다.

우선 동부건설은 5월 흑석동 흑석 5·6구역에서 아파트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흑석 5구역은 총 655가구 가운데 168가구, 6구역은 937가구 중 179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아파트 위치에 따라 한강 조망권이 확보된 곳도 있고, 9호선 흑석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삼성건설이 올 상반기 동작구 본동 5구역(9호선 노들역 주변)을 재개발하는 아파트도 예비청약자들에게 관심이 높다. 총 468가구 중에 일반분양분은 244가구. 이밖에 동부건설이 강서구 방화동과 공항동에 공급하는 '강서센트레빌'도 인근에 지하철 9호선이 통과한다.

◆환승역 주변은 교통 요지로

지하철 9호선 개통 구간 중 주목할 만한 곳은 2개 노선이 함께 통과하는 '더블 역세권' 지역이다. 9호선 중 환승역이 생기는 곳은 김포공항(5호선)·당산(2호선)·여의도(5호선)·노량진(1호선)·동작(4호선)·고속터미널(3·7호선)역이다.

이 중에 당산역 주변은 현재도 강서·김포 지역 주민들이 버스를 타고 와 지하철로 갈아타고 있을 정도다. 이 지역에서는 롯데건설이 당산4구역을 재개발해 9월쯤 195가구(일반분양 98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당산역이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와 '반포 자이'가 자리 잡고 있는 고속터미널역 주변은 기존 지하철 3·7호선이 있고, 9호선까지 통과하게 되면 3개 노선이 겹치는 구간이 된다.

◆급행 정차역 주변 출퇴근 실수요자에 인기

지하철 9호선은 설계 때부터 일부 정차역을 건너뛰는 급행열차가 도입됐다. 출퇴근 등 특정시간에만 운행하는 급행열차를 이용할 경우 보통 50여분이 걸리는 개화역~신논현역 구간은 30분 정도로 단축된다. 이처럼 운행 시간이 단축되는 만큼 김포공항·가양·염창·당산·여의도·노량진·동작·고속터미널·신논현 등 9개 급행 정차역 주변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강서구 가양동·염창동 지역은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실수요자에게 인기를 끌 전망이다. 그러나 입주 4~5년 된 이 지역 아파트 가격(109㎡·33평 기준)은 2006년 하반기 이후 이미 1억~1억5000만원씩 올라 5억~6억5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개통 시점 가격 인상 전망은 엇갈려

지하철 9호선은 앞으로도 개통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논현동에서 종합운동장까지 연결되는 2단계 구간은 2013년까지, 종합운동장에서 방이동으로 이어지는 3단계 구간은 2015년쯤 완공될 예정이다. 때문에 지하철 개통에 따른 호재는 이미 부동산 시장에 반영됐다는 주장도 있지만 실제 개통 시점 전후로 다시 한번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경희 '부동산뱅크' 리서치팀장은 "경제 상황이 어렵기는 하지만 9호선 개통은 강서 지역 교통 여건을 개선하는 데 큰 호재이기 때문에 개통 시점을 즈음해 다시 한번 소폭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과거처럼 주변 지역 집값이 치솟는 현상이 벌어지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새로운 지하철 노선이 속속 개통되면서 수도권에만 전철역이 400여개에 이르러 희소성이 떨어진다는 평가에서다.

김은경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은 "9호선 주변 아파트는 시세 차익을 노린 무리한 투자보다는 실제 거주할 실수요자에게 적합한 지역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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