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지거래허가구역 대폭 해제
"실물경기 회복전까지는 부동산 대세 상승 힘들어…
마구잡이 해제보단 기존 정책 조합이 부작용 적다"
정부가 또다시 대규모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내놓았다. 이번 대상은 토지 시장이다. 오는 30일부터 전국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 총 1만9149㎢의 토지 가운데 1만224㎢를 해제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푸는 근거로 경기 침체를 들었다. 국토해양부 이명노 토지정책관은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토지거래가 줄면서 작년 4분기부터 땅값이 떨어지고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토해양부가 이날 발표한 '2008년 12월 지가(地價) 동향 및 토지거래량'에 따르면 전국의 토지 가격은 작년 11월 1.44% 떨어진 데 이어 12월에도 2.72% 하락했다. 동시에 지난달에는 1998년 2분기(-9.49%) 이후 처음 전국의 249개 모든 시·군·구의 땅값 변동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부는 그동안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또는 해제 정책을 펴왔다. 특히 부동산시장 침체가 본격화된 작년 6월, 지방 미분양 대책을 내놓은 이후 굵직한 규제 완화책을 쏟아냈다. 작년 10월 이후 미국발(發) 금융 위기가 본격화되자, 노무현 정부가 주택수요 억제를 위해 동원했던 분양권 전매제한, 투기지역·투기과열지역에 대한 해제 같은 각종 '대못'을 잇달아 뽑아 '부동산 규제 해제 공화국'으로 불리기도 했다.
규제 완화의 대상은 주택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 9월에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수도권에 100㎢ 규모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었다. 한 달 뒤(10월)에는 지방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내 산업단지에 대기업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수도권 규제 완화책을 내놓았다. 건국대 조주현(부동산학)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에 규제가 너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더욱이 거래를 제한하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꼭 필요할 때만 써야 하는 극단적 조치여서 상황이 해소되면 빨리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잇단 규제 완화로 부동산 시장은 작년 말부터 조금씩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잠실 제2롯데월드 건축을 허용하고 한강변에 초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의 '빗장'을 열어준 데 따른 것이다. 그 결과 작년 6월 이후 7개월 동안 하락해온 서울 지역 아파트 값은 이달 들어 셋째·넷째 주 연속 0.05%의 상승률을 보였다고 부동산시세전문업체 '부동산114'는 밝혔다. 그동안 낙폭이 컸던 신도시 주요 단지도 분당·용인·과천을 중심으로 급매물 거래가 이뤄지며 호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기 하강 속도가 가파르고 금융시장 불안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대세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세계 경제가 취약하고 국내외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주택 구매심리가 쉽게 되살아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 부양을 위해 모든 규제를 단번에 풀다 보면 향후 거시경제 전반이 회복될 때 경기 활성화의 촉매 역할을 위해 사용할 '카드'가 없거나 이미 시행한 규제 완화책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 서승환(경제학) 교수는 "규제를 계속 해제하기보다는 이미 발표한 정책을 잘 조합해 시장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토지에 대한 투기 거래가 성행하거나 땅값 급등이나 그런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해 국토부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토지 거래를 제한하도록 한 제도. 1979년 도입됐고 1985년 대덕연구단지가 처음 지정됐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월에는 모든 지역이 해제되기도 했다. 실수요자에게만 토지 취득이 허용되고 허가받은 목적대로 토지를 이용하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계약 당시 토지가격의 30%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돼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