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대출 채권 매우 안정적 미분양 주택, 저축은행 문제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어떤 아파트는 가격이 반 토막 났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와서 그렇지 않아도 우울한 비관론에 힘을 실어준다. 금융부문의 불안정과 실물경기의 침체가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는 안개 속에서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는 것은 어렵고 또 위험하다. 6개월 또는 1년 후의 환율·주가지수·경제성장률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이다.
1990년대의 일본이나 최근의 미국에서와 같이 과도하게 올랐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그 여파로 금융기관들이 대규모 부실채권을 가지게 되며, 자금경색으로 실물경제가 얼어붙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부동산발 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부동산 폭락으로 인해 시중은행들이 부실화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인가를 묻는다면 긍정보다는 부정 쪽에 무게를 두고 싶다.
첫째, 과거 주택가격이 정점에 달했던 1990년에 비해 2008년 9월 말 현재의 가격은 실질가격 기준이든 근로자 가구소득 기준이든 매우 낮은 수준이다.
특히 소득에 비해 서울 강남을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주택가격이 너무 높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 만약 주택시장에 거품이 있었다면 노무현 정부 시절에 나왔던 수십 차례의 대책들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주택거래량이 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간혹 관찰되는 초급매물의 가격이 전체 시장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둘째, 주택시장은 국지적인 수급 여건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서울과 통근이 가능한 수도권과 지방은 완전히 다른 시장이다. 지방 주택시장은 2004년에 이미 공급과잉으로 인해 침체되기 시작하였지만, 수도권은 수급이 빠듯하다. 2000~2003년 수도권 및 서울의 연평균 주택건설은 각각 31만7000가구, 12만3000가구였지만, 그 후 4년간은 연평균 수도권 22만 가구, 서울 5만3000가구에 그쳤다. 특히 뉴타운 사업이 본격화될 강북에서는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 주택이 부족하고 가격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
셋째, 시중은행의 소비자 대출, 즉 주택구입을 위한 담보대출 채권은 매우 안정적이다. 은행권의 담보인정비율(LTV)은 6월 현재 평균 48.8%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이 비율이 94%에 달해 가격이 약간만 하락해도 대출이 부실화된 데 비해 우리나라는 그럴 위험이 작다. 실제로 올 2분기 현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불과 0.4%이다. 또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있어서 원리금 상환부담이 급격히 오를 가능성도 없다. 일부 주택은 저축은행의 추가대출로 LTV가 80~90%에 달하고, 엔화 대출을 받아 주택을 산 사람들도 있지만, 전체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줄 정도의 규모는 아닐 것이다.
넷째, 전국적으로 15만7000가구에 이르는 미분양주택은 심각한 문제이지만, 역시 시중은행보다는 저축은행의 문제이다. 6월 말 현재 시중은행 부동산 PF대출은 총 대출잔액의 4.4%에 불과하고 연체율도 0.68%이다. 저축은행 PF대출은 대출잔액의 24.1%에 달하고 연체율도 14.3%로 높아서 정부차원의 대책이 불가피하다. 일부 건설회사와 저축은행들이 부실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만, 국민경제를 휘청거리게 할 가능성은 작다.
최악은 아닐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부동산 시장의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동향에 따라서는 침체가 깊어지고 또 오래 갈 수도 있다.
특히 정치권과 정부가 지난 정부 식 부동산관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가뜩이나 불안한 시장을 진짜 위기로 내몰 수 있다. 선진국들에 비해 한없이 느려터진 상황인식과 대응과 무기력함, 시장을 동결시키기로 작정한 듯한 찔끔찔끔 대책들 등 정부부문의 리스크가 다른 어떤 문제보다 더 큰 불안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