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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멈춰선 아파트 건설… "2년 후 9만가구 부족"

뉴스 홍원상 기자
입력 2008.12.04 03:27

부동산 침체로 신규 분양 엄두도 못내
경기 좋아지면 집값 불안 가져올 수도

지난주 서울 송파구 잠실 'A아파트' 112㎡(34평)는 7억9000만원에 팔렸다. 주택 가격이 최고 정점이었던 지난 2006년 12월, 13억6000만원에 거래됐던 것보다 40% 이상 떨어진 금액이다. 인근 송파구 신천동 B아파트의 129㎡(39평)의 급매가격 역시 2006년 최고가(12억5000만원)의 절반 수준인 6억5000만원.

올 들어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서울 잠실 주변 아파트 값 낙폭이 커지고 있다. 잠실지역의 가격 급락은 작년 말부터 신규 아파트 2만4400여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하는 등 '일시적 공급과잉'에 따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집값에 결정적인 변수로 꼽힌다. 올해 집값 하락은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외에도 전국의 아파트 공급이 수요보다 10만8000가구 이상 많았던 것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에는 이와 상반된 모습이 서울과 수도권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본지가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건설산업전략연구소와 함께 전국 시·도별 입주 예정인 아파트 수와 지역별 가구 증가분을 비교·분석한 결과 2009~2010년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의 수요 대비 아파트 입주 물량은 갈수록 줄어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은 주는데 신규 수요는 늘어

올해 서울의 아파트 공급은 수요에 비해 3398가구가 더 많았다. 하지만 상황은 내년부터 달라진다. 2009년에는 신규 가구에 비해 아파트 공급이 1만8009가구 부족해지고 2010년에는 부족분(2만4497가구)이 더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수요에 비해 공급이 2만2514가구 모자랐던 경기도는 내년에 2만3000가구 규모의 판교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서 공급이 일시적으로 늘어나지만 2010년에는 다시 6만5547가구가 부족할 것으로 관측된다.

수도권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지는 주된 이유는 아파트 미분양 등 건설경기 침체에 타격을 입은 건설업체들이 올 들어 신규 사업을 줄줄이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업체의 한 간부는 "미분양에 대한 부담뿐 아니라 회사의 자금난 때문에 아파트를 새로 짓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며 "오히려 신규 사업을 위해 사두었던 땅을 팔아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는 동시에 가족 분화에 따른 1인 가구의 급증도 주택 공급 부족을 불러오는 요인 중 하나.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서울은 매년 4만여가구, 경기도는 10만가구 이상씩 가구 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경기 침체로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은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량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보통 4~5년 정도는 걸린다"면서 "더욱이 1인 가구의 증가로 주택 수요도 중대형에서 중소형으로 바뀌고 있어 건설사들은 여기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은 여전히 얼어붙을 듯

아파트 공급 부족이 2010년 이후에 더 심각해지더라도 수도권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는 등 불안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요에 비해 공급은 크게 부족하지만 금리 인상과 경제 침체의 영향으로 꽁꽁 얼어버린 주택 투자 심리 역시 당분간 계속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방 주택경기 역시 향후 2~3년간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더라도 산적해 있는 미분양을 해소하는 데만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시장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힘들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문제는 신규 아파트 공급의 부족이 2010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11년에 입주가 예상되는 지난 9월 주거용 건축물의 착공 면적(1157만㎡·350만평)이 작년 같은 기간(2494만㎡·754만평)보다 53.6% 감소했다. 게다가 자금난 등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건설사들은 현재 내년도 사업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장기적인 주택 공급 위축이 향후 집값 불안의 진원지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파트 수요 대비 공급 비교

이미 분양했지만 팔리지 않은 아파트(준공 후 미분양)에다 앞으로 입주할 아파트 수를 더한 뒤 그해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규 가구 수(통계청의 '장래 가구 추계')를 빼는 방법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내년도 경기 지역의 경우 올해 남아 있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1193가구와 내년도 입주 예정 아파트 9만6308가구에서 내년도 신규 가구 수 11만5가구를 빼면 1만2504가구가 부족한 것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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