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대책 효과 일주일 '반짝'
가격 더 낮춰도 살 사람이 없어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켜 봐야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재건축 규제 완화 방침에 따른 시장 효과가 종적을 감췄다. 대책 발표 후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수천만 원씩 오르고 급매물이 일부 거래됐으나 지난주부터 그 이전 가격으로 떨어지고 거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의 용적률 상향과 소형평형 의무비율 완화 등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규제 완화가 장기적으로 보면 주택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지만 전 세계 금융 위기와 실물경제 침체 앞에서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재건축 아파트, 많게는 1억원 이상 떨어져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는 최근 들어 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에 급매물이 다시 늘어나면서 아파트 가격이 대책 발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고 20일 밝혔다. 실제 서울 송파구 잠실동 A아파트(112㎡)는 발표 후 9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상승했지만 현재는 8억1000만원짜리 급매물도 나와 있다. 이는 대책 발표 직전인 10월 말 8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것보다 4000만원 낮아진 수준.
이번 재건축 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 단지로 꼽혔던 강남구 대치동 B아파트(112㎡) 역시 대책이 나온 뒤 10억3000만원을 호가했으나 지금은 9억2000만원에도 매수자가 없다. 강남구 개포동 C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43㎡는 발표 후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6억6000만~6억7000만원까지 올랐지만, 최근에는 6억1000만원으로 10월 말 시세와 비슷해졌다. 11·3대책 이전 3억2000만원이었던 강동구 고덕동 D아파트(43㎡)도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3억4000만~3억5000만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3억2000만원으로 내렸다.
◆"이전 가격보다 더 낮춰도 매수자 없어"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규제 완화 발표 이후에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자 매수 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거래도 뚝 끊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거의 다 풀어줬는데도 가격 하락세가 계속 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재건축 시장에 급매물이 더 쌓이고 가격의 추가 하락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송파구의 J부동산중개업소는 "재건축 대책 발표 후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였던 집주인들이 다시 가격을 낮추고 있다"며 "하지만 실물경제 침체, 건설사 부도 등으로 경제가 어수선하다보니 매수자들도 가격만 알아보고 매입 결정은 선뜻 내리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강동구의 S부동산공인은 "재건축 규제 완화에다 투기지역까지 해제되면서 거래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는데 효과는 일주일도 채 가지 않았다"며 "가격이 다시 떨어지다보니 발표 직후에 집을 산 계약자들이 계약을 포기할 지를 고민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재건축 가격 하락세 당분간 지속될 듯"
전문가들은 재건축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는 방침은 밝혔지만 이를 시행하기 위해선 법 개정 등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융시장 위기, 경기 침체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안정세를 계속 유지할 경우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져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경제 위기감이 커지면서 정부의 정책 변수가 사실상 시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경기가 쉽게 살아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건축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시장 전반이 계속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닥터아파트' 이진영 팀장은 "아직 아파트 값이 바닥(최저점)까지 떨어졌다고 보기 힘들다"며 "아파트 매입을 서두르기보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