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手들의 긴급진단부동산
선진국 비해 주택 적어…공급과잉 아니다
금리 안정되면 부양책 파급효과 나타날 것
<이 기사는 weekly chosun 202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10월 21일 만난 부동산 전문가인 고준석(43)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부동산 대폭락론’에 대해 “대폭락이 일어날 정도로 시장에 공급이 넘쳐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 지점장은 동국대에서 부동산 관련 법학 박사 학위를 받고 최근까지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을 역임했다.
고 지점장은 “OECD 국가의 평균 주택 수는 인구 1000명당 400~500가구인 데 비해 한국은 인구 1000명당 260~270가구로 여전히 적은 수준”이라며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달리 실수요자에 대한 주택 공급이 부족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고 지점장은 “외환위기 때는 자금경색,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단기에 20~30% 하락했지만, 아직 국내에선 전반적으로 20~30%씩 떨어지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금리, 연체율 등도 당시보다는 양호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엔 동의했다. 고 지점장은 “일부 지역에서 가격이 떨어지자 시장을 관망하는 것을 떠나 아예 내집 마련을 포기하는 사람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런 기회에 사야겠다는 사람조차도 금리 부담 때문에 갈등하고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큰손들도 종부세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이 발표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국회를 통과하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집값이 당분간은 떨어질 것으로 봤다. 고 지점장은 “정부의 부양 정책이 나오더라도 3~6개월 정도 정책이 파급되는 시기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제대로 된 부동산 완화 정책을 내놓으면 내년 하반기쯤 회복기에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고 지점장은 “현재 거래가 거의 되지 않는 등 시장이 얼어붙어 있으므로 다주택자가 집을 팔도록 일시적으로 양도세를 과세하지 않거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소득 중 원리금 상환액 비율) 등 부동산 대출 규제를 푸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 지점장은 ‘부동산 대폭락론’의 중요한 근거가 되는 금리 상승세에 대해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는 등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상승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 지점장은 부동산이 향후에도 투자 매력이 있을 것이라는 근거로 세법 규정을 들었다. 그는 “세법상 현금으로 증여하면 50%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부동산은 과세표준이 낮아져 세금이 줄어든다”며 “이 차이가 개선되지 않는 한 부자들은 증여 수단으로 부동산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미국 금융위기 여파로 펀드 등은 50% 손실이 났지만 부동산 보유자는 괜찮았다”며 “이런 사실은 앞으로도 부동산 선호 현상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근거다”라고 말했다.
고 지점장은 “자신의 소득 중 3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쓰는 투자자라면 세금이 완화될 때 기존 주택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집을 넓혀가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떨어진다”
“대폭락 시대 왔다”
금리상승·공급과잉… ‘버블세븐’ 하락도 시작 불과
부양책도 부실만 점점 키워 더 큰 고통으로 돌아올 것
최근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는 책을 지어 화제가 되고 있는 선대인(36)씨는 지난 10월 20일 기자와 만나 “부동산 비관론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객관적 현실을 얘기하는 거다”라고 말문을 뗐다. 선씨는 동아일보, 미디어다음 등을 거쳐 2007년 서울시 정책자문관을 지냈다.
선씨는 앞으로 올 부동산값 폭락의 깊이에 대해 “현재 국내 부동산 통계가 부정확해서 구체적 수치로 말하긴 어렵지만 현재 강남·분당·용인 등 ‘버블세븐’ 지역이 고점 대비 20~30%씩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누구나 ‘폭락’이라는 데 공감하는 부동산 장세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IMF에서 선진 2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부동산 거품이 꺼진 사례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점에서 바닥까지 가는 데 대체로 5~7년이 걸렸으며 붕괴의 폭은 89% 정도 됐다”고 덧붙였다.
선씨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품 형성 메커니즘은 빚을 내서 부동산 거품을 키운 미국과 비슷하다고 했다. 때문에 앞으로 예상되는 금리상승은 집값 하락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선씨는 “최근 미국의 금융위기로 외국인 투자금이 미국으로 철수하면서 국내 은행권에 ‘돈가뭄’이 오고 있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시중금리는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2003년 이후 총대출이 총예금을 41% 초과하고 있었기 때문에 예금 이외의 자금 조달 수단인 은행채, CD(양도성예금증서) 등의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이에 연동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르게 된다.
선씨는 또 정부 정책에 따른 공급 과잉도 집값을 끌어내리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했다. 선씨는 “현재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16만가구로 수도권에만 2만2500여가구가 있다. 여기에 2기 신도시 57만가구와 2010년 이후 시장에 들어올 서울 뉴타운 32만가구가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또 신도시를 지정하고, 준공업지역에 아파트를 들어서게 하고, 뉴타운을 추가 지정할 계획이 있어 집값은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씨는 “최근 잠실에 재건축으로 1만8000여가구가 일시에 들어서 역전세난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그 파장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씨는 또 “장기적으로 봐도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하는데 그 다음 세대는 비정규직이 상당수인 구매력 없는 세대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집값은 하락 추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선씨는 최근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에 대해서 “건설회사들의 부실만 더 키워서 나중에는 경제가 감당하기 힘들게 만드는 것”이라며 “차라리 집값 폭락 후에 고통 받을 서민들을 보호할 대책을 만드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득 대비 과도한 빚을 져서 집을 산 사람은 빚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집이 없는 사람은 집 장만을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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