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불안한 글로벌 시장… 내 집 마련 어떻게?

뉴스 탁상훈 기자
입력 2008.09.30 03:49

미국발 금융위기 내년 이후에나 안정
시장 동향·정부 정책 변화 살피고
주변 시세 확인 적정 매수시점 잡아야

도대체 집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구입한다면 언제가 좋을까.

미국발(發) 금융 위기로 국내 경기가 꽁꽁 얼어 붙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몇 달째 거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하루가 멀다 하고 부동산 경기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집값이 언제 회복될지는 쉽게 예측하기 쉽지 않다. 미국의 집값 하락으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인한 실물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때 내 집 마련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전문가들은 일단 관망세를 유지하되, 시장 동향과 정부 정책 변화에 최대한 촉각을 곤두세우라고 조언한다. 두 가지 큰 틀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 내 집 마련 혹은 갈아타기 시점을 잡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의 큰 틀은

현재 정부 정책의 큰 방향은 '1가구 1주택 실거주자를 위한 공급 확대와 이들에 대한 불이익 방지'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이루어진 관련 규제를 푸는 데 힘쓰고 있다. 1가구 1주택자의 장기보유에 따른 연간 양도세 면제 금액을 기존 1년 4%에서 8%로 높이기로 한 것이나,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을 공시지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면제 기준 금액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는 조치를 당초 예상보다 빠른 10월 중에 실시하기로 했다.


다만 이런 규제 완화는 투기 방지와 시장 안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가령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는 당분간 완화할 계획이 없고, 재건축 아파트의 핵심 규제인 소형과 임대 아파트 의무 건축 제도도 시장 불안을 이유로 풀지 않고 있다. 예전과는 달리 1주택자 양도세 면제를 위한 실거주 요건을 수도권과 지방으로 확대키로 한 것도 실거주가 아닌 투자목적의 부동산 거래를 계속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동시에 대규모 주택 공급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처럼 무거운 세금 등을 통해 수요를 억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인천 검단과 오산 세교 등에 신도시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서민주택 등을 매년 50만 가구씩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꿈쩍 않는 시장

하지만 정부 정책에도, 아파트 가격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올 초만 하더라도 서울 강북권 소형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서울 전체 아파트 값 상승률이 플러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강남·북 가릴 것 없이 약세다.

꽁꽁 얼어붙은 서울 강남의 부동산 거래시장. /조선일보 DB


시세조사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서울 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3월부터 9월까지 7개월 연속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재건축을 제외한 일반 아파트 값 역시 9월부턴 하락세로 돌아선 상태. 지역별로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 하락률이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 하락 폭은 이보다 훨씬 크다. 연세대 서승환 교수는 "미국 금융 불안과 국내 경기 침체로 인해 좀체 매수세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매 시장 역시 물건 수는 늘지만 낙찰가율은 낮아지고 있다.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에서 나온 경매 물건 수는 올 1월 65건에서 8월 103건까지 늘었고, 평균 낙찰가율은 83.1%에서 78.8%로 하락했다. 다만 아파트 분양 시장은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말 서울 서초구에서 분양된 래미안 서초스위트 아파트는 1순위에서 2.08 대 1로 마감된 반면, 9월 초에 나온 김포한강신도시 우남퍼스트빌은 1193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 500명만 청약했다.

■글로벌 경기·금리·정책 변화 주목해야

전문가들은 이처럼 부동산 시장은 연말까지 세계 불경기 여파와 정부 정책 완화가 서로 힘겨루기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내년 이후에나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부동산 침체가 심각해질수록 정부의 규제 완화는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성대 이용만 교수는 "실수요자라면 양쪽간 추이를 살피면서 자신의 매수 시점을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불경기 요인으로는 서브프라임 사태의 원인이 된 미국 주택 가격 하락세가 언제 멈출지 모른다는 점, 전 세계 증시 침체와 기업 실적 부진에 따른 소득 감소로 수요층이 급감하고 있다는 점, 또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담보 대출 금리 등이 꼽힌다.

반면 현 정부가 정치적 성향상 가급적 규제를 완화하려 한다는 점에서 더 이상 집값이 떨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가령 국토해양부 정종환 장관이 최근 시장 안정 기조가 확실히 자리잡을 때까지라고 전제하긴 했지만 "소형·임대주택 건설 의무는 문제가 많다"고 공식 언급한 것 등은, 이전까지 '절대 완화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던 기존 태도와는 다소 달라진 부분이다. 또 국내에서도 집값 폭락 사태가 벌어지면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가 추가 급락 방지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맥락하에서 매수 시점을 잡되, 어느 유형의 상품이든 가급적 실수요 위주로 접근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부동산써브 채훈식 리서치팀장은 "과거처럼 집을 분양받는다고 해서 집값이 저절로 오르는 게 아닌 만큼, 인근 아파트 시세에 비추어 가격이 저렴한지 여부를 꼭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당장 급하게 집을 구입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청약저축 통장을 마련해 정부가 추진 중인 '보금자리 주택' 등을 노려볼 만하다.

일반 아파트와 경매의 경우 가격 측면에 있어 매수자에게 선택 우위권이 있는 상황이다. 실제 서울 강남권의 경우 이미 작년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한 아파트들이 적지 않고, 경매 시장에선 감정가의 80% 정도에도 낙찰되지 않는 물건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연구소장은 "바닥이 언제일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수시로 중개업소를 방문하며 시장의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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