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說 돌 때마다 투기·불법시설 몸살
기반시설 취약해 저소득층 '격리' 우려
21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청계마을. 안양 인덕원에서 동쪽으로 난 화훼매장을 따라 3㎞ 정도를 들어가자 도로 왼쪽에 10~15층 높이의 국민임대주택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해 작년 7월에 처음으로 완공한 국민임대주택단지. 주변에 녹지가 많지만 외진 곳이다 보니 대중교통과 편의시설이 부족하다. 주민 김모(여·73)씨는 "마을버스 숫자가 너무 적어 버스를 타는 데 보통 20분, 많게는 30분 이상씩 기다린다"며 "편의시설도 별로 없어 오늘은 대중목욕탕을 가는 데만 40분이 걸렸다"고 말했다. 학교시설도 부족해 고등학생들은 버스를 30분 정도 타고 가야 등교할 수 있는 실정이다. 인근 그린벨트에서도 포일2지구, 관양지구 등의 임대주택이 개발 중이다.
녹지를 보전하기 위해 지정된 그린벨트가 임대주택 벨트로 전락하고 있다. 수도권 그린벨트는 지난 정부가 1540.8㎢ 중 124.2㎢를 해제, 이 중 46.55㎢에 40개 국민임대주택을 건설하고 있다. 여기에다 새 정부도 향후 10년간 임대주택 등 40만 가구를 그린벨트 100㎢에 짓기로 함에 따라 그린벨트에 들어서는 임대주택단지가 100여 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보상비 저렴해 그린벨트개발 선호
정부가 그린벨트에 집중적으로 임대주택을 짓는 이유는 토지보상비가 싸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하지만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에 급급하다 보니 자연환경까지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서울 강남구 세곡동과 강동구 상일·하일동에 조성하려던 7500가구 규모의 국민임대주택 단지 건설 사업은 중앙도시계획위원회가 "우수한 자연환경이 파괴된다"며 제동을 걸기도 했다. 국토부에 설치된 도시계획위원회는 도시계획에 관한 심의기관으로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충북대 황희연 교수는 "정부가 주택 공급 목표를 채우기 위해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까지 그린벨트를 해제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린벨트가 해제되자 그린벨트에는 불법시설들도 끊이질 않고 들어서고 있다. '환경정의' 오성규 사무처장은 "정부가 앞장서서 그린벨트를 풀다 보니 그린벨트 투기가 끊이질 않고 불법시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심 임대주택과 섞어 지어야
그린벨트 임대주택단지는 주변에 녹지가 풍부하지만 도로 등 기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임대주택이 밀집해 있어 저소득층의 사회적 격리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은 "임대주택단지는 교통이 편리하고 일자리가 많은 도심에 지어야 저소득층의 경제적 자립을 도울 수 있는데 현재의 임대주택단지는 너무 외진 곳에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경우, 시 외곽에 임대주택을 집중적으로 지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슬럼화되는 등 문제점이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도 세인트루이스에 임대주택단지로 개발한 '푸르이트이고' 주거단지의 슬럼화가 심각해지자 폭파 해체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임대주택단지를 시 외곽에 배치하기보다는 일반 주택단지에 적절히 섞어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그린벨트에는 저밀도의 고급주택가로 개발하고 거기서 얻은 개발이익으로 도심에 주택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며 "그린벨트에 임대주택을 집중적으로 짓는 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