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만 나오면 시장이 죽더라
세제 개편 시행 시기 몰라 매수·매도 실종
실거주 요건 강화로 수도권 청약, 지방 매수 끊겨
정부가 지난달 중순 이후 두 차례나 부동산 경기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8월 초부터 얼어붙기 시작하던 매매 시장의 냉각 정도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매수자들은 경기 침체로 여전히 집 구입을 꺼리고 있고, 매도자들은 '대책이 구체적으로 시행될 시점까지 기다리겠다'며 매각 시기를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강화된 실거주 요건 적용을 받게 되는 수도권 분양 시장 역시 타격을 입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매매 시장= 정부의 '9·1 세제 개편안'으로 세금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된 서울 강남권과 양천구 목동 등의 고가 아파트 시장 역시 요즘 꽁꽁 얼어붙어있다. 장기 보유자 양도세 완화 방침 이후 이 지역 주택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물 경기가 안 좋아 좀체 매수세가 붙지 않고 있다. 개포동 우정공인 김상열 사장은 "일부 집 주인들이 기존 시세보다 몇 천만원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기도 하지만, 매수자가 없어 시세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매도자들 역시 세제 개편안 이후에 팔면 양도세를 절약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내놓았던 매물을 거두어들이고 있다. 정부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1주택자의 경우 3년 이상 자신이 살던 집을 6억~9억원에 팔 경우엔 양도세를 면제 받고, 9억원 넘는 값에 매도하더라도 수천만원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또 집을 10년만 보유하면 양도차익의 80%까지 비과세된다. 잠실동 L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세제 개편안의 구체적 시행 시기를 빨리 확정하지 않는다면, 이런 거래 동결 현상은 몇 달이고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21 부동산 대책'에 따라 기존에 비해 사업 여건이 나아진 재건축 단지들도 대부분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태. 강동구 고덕동 실로암공인 양원규 사장은 "매수세는 여전히 드물다"며 "반면 정부가 추가로 규제 완화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어서인지 매도자도 크게 조건을 완화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도세 면제 강화로 직격탄 맞은 수도권 시장= 정부가 9·1세제 개편안에서 1주택자 양도세 혜택과 관련, 수도권 주택에도 2~3년 실거주 요건을 추가하기로 하면서 수도권 아파트 거래 및 분양 시장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당장 지난주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사실상 첫 분양된 '우남퍼스트빌' 아파트가 청약 미달 사태를 맞았다. 이 아파트는 1193가구 규모지만, 청약엔 3순위까지 780명만 참가했다. 대형 위주인 이 아파트는 당초 정부의 전매제한 완화 조치(7년→3년)로 인해 분양 성공을 기대했으나, 청약 직전 나온 '9·1세제 개편안'에 따른 양도세 면제를 위한 의무 실거주 요건 추가 조치 등으로 대규모 미달이란 결과를 낳았다.
김포뿐 아니라 서울지역 거주자의 투자가 많은 용인·의정부·남양주·인천시 등 수도권 주요 아파트 시장은 거래 공백 상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의정부시 용현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올 들어 서울 강북 지역 집값 급등 여파로 본인은 서울에 전세를 살면서 이 곳에 집을 사뒀던 사람들이 '어떡하냐'며 전화를 해 온다"며 "반면 거주 요건 강화 조치 이후 집을 마련하겠다는 사람은 거의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공급 물량 폭주 등으로 집값 하락세를 겪고 있는 용인시 일대에서도 거래는 더욱 얼어붙고 있다.
용인시 성복동 S공인 관계자는 "연말 판교신도시 입주에다 성복·신봉동 등 용인 미분양까지 대거 쌓인 상황에서 양도세 면제를 위한 실거주 요건까지 추가된다고 하니 집을 사려는 사람이 좀체 없다"며 "거래 경색 상황이 이어지면서 기존 집 주인들 중에도 새집을 마련해 놓고도 이사 못 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써브 채훈식 팀장은 "지금의 거래 경색은 실물 경기 못지않게 정부 정책적 요인도 크다"며 "정부가 발표된 정책에 대해서는 구체적 시행 시기를 명확히 알려줘 시장 혼선을 제거하는 동시에, 기존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