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일(日) '미니 버블' 꺼지나?

뉴스 차학봉 기자
입력 2008.09.02 03:39

부동산 펀드 폭락에 주택 과잉공급

10여년 간의 장기 침체를 거친 후 지난 2~3년 간 회복세를 보이던 일본의 부동산 시장이 최근 다시 얼어붙고 있다. 어번코프 등 건설·부동산업체들의 부도가 잇따르고 증시에 상장된 리츠(부동산펀드)도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오름세를 보이던 땅값은 급락하고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면서 할인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펀드 주가 급락= 90년대 장기 침체를 겪었던 일본 부동산시장은 도쿄의 긴자·마루노우치·롯폰기 등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2006~2007년 한 해에 20~30%씩 땅값이 급등했다. 1994년의 땅값을 100으로 봤을 때 도쿄의 상업지 가격은 2005년에 50까지 하락하다 2007년에는 70까지 회복됐다. 부동산 시장이 회복된 것은 일본 정부가 도심 재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철폐한 데다 리츠 등 부동산 펀드를 통해 자금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리츠는 일반·기관 투자가들의 돈을 모아 오피스 등에 투자해 임대료를 투자가들에게 되돌려 주는 사업구조. 증시에도 상장돼 있어 환금성 확보가 가능하다. 그러나 리츠 주가가 급락하면서 리츠로 유입되는 자금이 급감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개발사업도 지연되고 있다.
리츠는 임대료 수익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안정적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자본의 유입감소, 차입금리의 상승 등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데다 오피스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의 오피스를 사들이던 외국 자본이 미국발 서브프라임(비우량담보대출) 위기 이후 추가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오히려 매물을 내놓고 있는 점도 일본 오피스 시장에 악재가 되고 있다. 금융권도 지난 4~6월 부동산 업계 신규 대출을 전년 동기에 비해 18.7%를 줄이면서 부동산 업계의 자금난도 심화되고 있다.

도심 재개발 붐을 타고 지난 2~3년간 부동산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던 일본의 도쿄. 그러나 최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미니 버블(거품)’이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주택시장도 장기 침체론 대두= 2007년만 해도 일본 도쿄권의 신규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전년 대비 20% 오른 4568만엔 정도. 교외 주택단지에서 도심으로 이주하는 수요가 늘면서 도심의 아파트 수요가 늘어났다. 하지만 올 들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데다 금리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신규 분양시장도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철근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데도 오히려 분양가 인하 경쟁이 불붙다 보니 건설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돼 부도업체들도 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주택수요 감소, 금리상승 가능성, 과잉공급 등으로 일본시장이 다시 장기침체로 돌입했다는 분석을 내놓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지난 2~3년 간의 가격 상승은 '미니 버블'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부동산 가격은 내린다'는 책을 쓴 에조에 히로마사씨는 최근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때 토지가 부족해 (일본의)집값이 끊임없이 오른다는 신화가 있지만 용적률 상향조정, 공장 이전지 활용 등을 통해 토지가 끊임없이 추가 공급되고 있다"면서 "인구가 줄어드는 데 비해 공급은 늘고 있어 부동산 가격이 오를 여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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