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세제개편 '明과 暗'
고가 주택 실수요자 늘 듯
수도권 외곽 거주 요건 강화 매수세 더욱 사라질 우려
정부가 1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서울 고가 주택 시장에서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수도권 외곽과 지방 시장은 이번 대책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해 상대적으로 침체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6억~9억원의 고가 주택이 양도세 감면의 혜택이 가장 크기 때문에 고가 주택 수요가 중저가 주택에 비해 더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종합부동산세가 유지되는 데다 경기침체로 고가 주택이 과거처럼 달아오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6억~9억원 주택 가장 큰 혜택= 정부는 이번 부동산 세제 개편안에서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정책에 중점을 뒀다. 이에 따라 이들 가구에 대한 양도세 면제 기준 금액은 높여주는 대신, 실거주 여건은 대폭 강화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가장 큰 혜택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주택들은 서울 강남권에 몰려 있다. 현재 서울시내 이 가격대 아파트들은 약 19만 가구로,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인 약 9만 가구가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4개구에 분포해있다.
이 때문에 고가 주택은 세제 개편안이 공포되는 내년 초까지는 매물이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매물로 내놨던 1주택 가구에서 양도세 부담이 줄어드는 내년으로 양도 시기를 늦추려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양도세뿐 아니라 증여·상속세율도 낮아진 만큼 매매 대신 증여 쪽으로 선회하는 사람도 늘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 측면에서도 9억원 이하 고가 주택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만큼 고가 주택을 구입하려는 실수요자 증가로 강남권 아파트값이 불안해질 우려도 제기된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이번에 1주택자 양도세 면제를 위한 실거주 요건이 상당수 지역 3년으로 크게 강화되면서 '한 채를 마련하더라도 집값 상승 가능성이나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 하자'는 식의 매수 심리가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더 감' 이기성 사장은 "장기보유에 따른 양도차익 특별 공제 혜택이 기존 20년 보유에서 10년으로 줄어든 데다 일반 양도세율까지 낮아질 예정인 것도 큰 변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악의 소비 심리, 치솟는 주택 담보 대출 금리 등의 여파로 이전같이 시장이 달아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고가 주택을 사려면 그만한 대출 부담을 안아야 하는데, 이런 금융 시장 불안 상황에서 섣불리 고가 주택 구입에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과 수도권 외곽 침체 심화 전망= 지방과 수도권 외곽에서는 거주요건 강화라는 요건이 추가되면서 이들 지역 주택 매수세가 더욱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들 지역에 대한 투자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이미 어려운 지방 분양 시장이 더욱 고사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이번 세제 개편은 정부가 세 차례에 걸쳐 내놓았던 지방 미분양대책과는 상충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본부장은 "거주 요건을 채울 수 없는 상황에서 상당한 양도세를 감수하면서까지 지방에서 투자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며 "지방에 수도권 자금 유입마저 봉쇄된다면 해당 지역 주택 거래량이 더욱 감소하면서 가격도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