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1 부동산 대책' 약발 얼마나 먹혔나
안전진단 완화로 재건축 사업 가속
핵심 규제 여전해 아파트값은 잠잠
재건축 안전진단 간소화와 조합원 지위양도 허용 등의 규제완화 방침이 발표되면서 그 동안 '휴면기'에 들어갔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8·21 부동산대책'에 대해 재건축 추진위원회들은 "이번 완화 대상에 핵심 규제가 빠져 실망스럽다"면서도 "재건축 규제를 풀어줄 대책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일단 사업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시동' 거는 강남 재건축
정부의 안전진단 완화 방침 이후, 그 동안 까다로운 안전진단으로 재건축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 5단지 등 초기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예비안전진단에서만 세 차례나 발목이 잡혔던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는 조만간 안전진단을 다시 신청할 방침이다. 추진위 측은 "소형평형 의무비율 등 규제가 여전하지만 안전진단이 완화된다면 일단 한 고비는 넘길 수 있을 것"이라며 "조만간 조합원 의견을 모아 안전진단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역시 연말쯤 정부의 관련 법이 개정되는 대로 안전진단을 다시 신청한다는 계획. 추진위는 안전진단이 통과되면 내년 상반기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하반기에 사업승인을 신청하는 등 신속하게 사업추진에 나설 방침이다. 2종 주거지에 대한 층고 제한 혜택을 누리게 된 강동구 고덕동 주공아파트 등도 사업속도를 내고 있다. 고덕 주공2단지 재건축추진위 관계자는 "당초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층수완화로 쾌적성 확보나 평면설계 등 사업여건이 나아졌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발목 잡는 재건축 규제
그러나 이들 단지의 재건축 사업이 당장 본격화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우선 정부는 지난 21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재건축 규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소형평형 의무비율(전체의 60%이상을 전용면적 85㎡이하 주택으로 짓도록 한 것)과 임대주택 의무비율(용적률 증가분의 25%를 임대아파트로 짓도록 한 것) 조항을 당분간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재건축 조합들도 "안전진단을 통과하더라도 소형평형 의무비율과 임대주택 의무비율 등이 해결돼야 후속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재건축 시장은 아직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인 서울지역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지난 '8·21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소폭(0.07%) 하락했다.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 인근에 있는 대일공인부동산 이해숙(여·48) 대표는 "부동산 대책 발표 후 매도자들이 집값을 1000만~2000만원씩 올렸지만 아직 집을 사겠다는 전화는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이번 대책으로 각종 규제에 막혀 재건축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단지들의 사업 진행이 빨라질 수는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중요한 규제가 풀리지 않은데다 경기침체·고금리·입주물량적체 여파가 강해 강한 매수세가 형성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이미영 팀장은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의 시동을 걸고 나선만큼 재건축 단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소형평형비율 조정이나 용적률상향 같은 실질적 보완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재건축 사업은 다시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