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1 부동산 활성화 대책' 시장 반응은
강남 재건축 매물변동 없어… 집 값 하락은 주춤
신도시 예정지도 이전과 달리 이상하리만큼 조용
"실제 집 사는 데 도움 되는 건 거의 없는데, 그 정도로 시장이 되살아나겠습니까."
21일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발표됐지만, 22일 둘러본 서울 강남 등 시장의 반응은 무덤덤 그 자체였다.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는 데다 비까지 부슬부슬 내린 탓인지 중개업소들은 대부분 개점 휴업 상태였다. 인천 검단과 오산 세교 등 신도시 예정지 인근지역 집값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과거 신도시 발표를 하면 집값이 치솟는 등 시장이 요동을 쳤지만 이번에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기만 하다"면서 "금리인상에다 경기침체까지 겹쳐 정책이 효과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덤덤한 재건축 시장=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해지고 안전진단의 문턱이 낮아졌지만 재건축 시장의 반응은 썰렁하기만 하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향후 시장 전망을 묻는 재건축 보유자들의 전화는 간간이 있었지만, 매수자들의 문의는 드물다고 입을 모았다. 안전진단 완화로 재건축사업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5단지 역시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대치동 에덴공인 관계자는 "용적률 상향 조정이나 임대아파트 비율 축소 같은 조치가 들어 있지 않아서인지, 매수 문의가 드문 상태"라고 말했다. 송파구 늘봄 부동산 김상열 사장은 "아직 매수자들이 움직이질 않고 있다"며 "며칠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층고(層高) 제한 완화로 재건축 활성화가 기대되는 강동구 고덕동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고덕동 실로암공인 양원규 사장은 "재건축 대책이 나왔지만 매물 변동은 거의 없다"며 "주택 관련 세금 개선 여부가 관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송파구 가락 시영 등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조합원 전매금지가 풀리면서 자금압박을 받고 있던 집주인들의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대체로 최근 몇 달간 이어졌던 하락세는 멈추는 분위기였다. 시세업체 '부동산 114'는 이날 이번 주 서울 아파트 값 주간 변동률이 제로를 기록, 최근 8주간 이어졌던 하락세를 마감했다고 밝혔다. 송파구(0.01%)와 양천구(0.01%) 등은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다.
◆신도시 개발도 '반짝' 기대(?)=검단신도시 인근에 위치한 건설사 모델하우스에도 큰 변화가 없다. 인천시 검단2지구에 위치한 A건설사 모델하우스의 경우, 발표 당일 방문자 수가 100명까지 늘었으나 22일 다시 30~40명으로 줄었다. 현장 관계자는 "발표날 반짝 문의가 있더니 오늘 다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며 "문의 내용도 대부분 아파트 단지가 검단신도시에 포함되는지를 묻는 정도"라고 말했다.
신도시 예정지 인근 주택 거래 시장도 조용한 편이다. 인근 마전지구 P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의 발표 이전부터 이 일대에서 검단신도시 추가 지정 소문이 돌았다"며 "하지만 부동산 침체 탓인지 주택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2년 전 검단신도시를 처음 지정할 때만 하더라도 이 일대 집값이 요동을 쳤지만 이번에는 별 변화가 없다. 오산신도시 개발에 포함된 세교3지구 분위기도 마찬가지.
◆정책 형평성 논란도 제기=한편 정부의 8·21 부동산 대책에 대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수도권 전매제한 기간 완화 대상을 8월 21일 이후 분양 승인 신청분으로 한정하고, 기존 분양분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늘고 있다. 국토해양부 홈페이지에는 "같은 신도시에서 공급되는 아파트인데도 불과 몇 달 전 분양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 분양하는 아파트보다 2~5년간 더 재산권이 제한되는 게 타당하느냐"는 내용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국토부는 "소급 적용 문제의 경우, 과거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때문에 청약까지 포기했던 사람과의 형평성 문제나 판교신도시·은평뉴타운 등 인기 단지에서의 투기 우려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