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는 집값 상승
고금리·대출 규제 계속돼 실제 매매는 많지 않을듯
정부가 21일 대표적 부동산 정책 중 하나인 재건축 규제를 일부 풀기로 하면서 장기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서울 강남의 재건축 시장이 다소 활기를 띨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정책으로 향후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 값이 다시 크게 오르는 등 시장 과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재건축 소유주들이 집값을 높여 부르면서 가격이 단기적으로 오를 수 있지만 고(高)금리와 대출 규제 등으로 수요 심리는 여전히 위축돼 있어 실제 거래로 이어지긴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재건축 규제 일부 완화에 '숨통'
정부가 발표한 재건축 규제 완화책은 크게 거래 활성화와 공급 확대로 집약된다. 우선, 2007년 이후 사실상 중단된 재건축 아파트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숨통'을 틔우기 위해 2003년 9·5대책 때 발표했던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와 80% 이상 공정이 진행된 이후에 일반 분양하도록 하는 후분양제를 폐지했다. 아울러 도심 내 새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제2종 일반주거지역 내 재건축 아파트의 층수를 최고 15층에서 평균 18층으로 높이고 재건축에서 가장 까다로운 절차라고 할 수 있는 안전진단을 한 번만 받도록 하는 등 재건축 사업의 '문턱'을 낮췄다.
이로 인해 크게 위축됐던 재건축 시장이 조금이나마 생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닥터아파트' 이진영 팀장은 "그 동안 재산권 침해소지 논란을 빚었던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가 폐지되면서 시세 차익을 조기에 현금화하려는 조합원들의 주택 매도 물량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돼 있는 수도권 28개 단지 9000여 가구와 앞으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예정인 86개 단지 7만3000여 가구의 전매 제한이 풀릴 전망이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해 재건축 추진이 사실상 중단된 일부 단지의 경우 재건축 사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은 안전진단이 강화된 2006년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서울 시내에서 예비 안전진단을 신청한 21개 단지 중에 60% 정도가 '유지 보수' 판정을 받는 등 안전 진단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핵심규제 그대로… 시장 '무덤덤'
그러나 정부의 규제 완화로 강남의 재건축 추진이 활발해지거나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주된 이유는 재건축 규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용적률 규제와 함께 전체 가구수의 60% 이상을 85㎡ 이하로 짓도록 하는 소형평형의무비율, 임대주택의무비율(용적률 증가분의 25%) 등은 당분간 없애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최고 15층인 재건축아파트의 층수는 평균 18층으로 완화됐지만 용적률에는 변함이 없어 사업성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용적률은 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로, 용적률이 높아져야 더 많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규제 일부가 조금 풀렸지만 핵심 규제는 그대로 있는 만큼 재건축에 대한 구매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긴 힘들어 보인다"며 "집주인은 가격을 올리겠지만 실수요자의 관심은 더 많이 줄어 매도 호가만 올라가고 거래는 끊기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금리와 함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 규제가 유지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재건축 시장의 침체는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일반적으로 집값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가 최근 크게 오르고 대출규제도 여전하기 때문에 이번 대책의 효과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심지어 재건축 규제 완화가 추가적으로 나오지 않을 경우 추석 이후 가격이 다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