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강북 아파트 "4000만원 내려도 안팔려요"

뉴스 홍원상 기자
입력 2008.07.23 21:25 수정 2008.07.24 03:04

노원·도봉·강북구 부동산시장
경기침체·가격 급등 부담으로
80% 오르더니… 거래 80% 급감

서울 노원구 상계동과 중계동에 아파트 2채를 갖고 있는 최모(46)씨는 한 달 전 상계동 A아파트(79㎡)를 '급매(急賣)'로 내놓았다.

이유는 최근 들어 크게 오른 대출이자에 보유세 부담까지 겹치면서 계속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집을 빨리 처분하기 위해 매도 가격도 시세보다 4000만원 정도 싼 2억9000만원으로 했다. 그런데도 이 주택을 사겠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최씨는 "시세보다 가격을 많이 낮췄는데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계속 팔리지 않으면 가격을 좀 더 내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상반기 서울 강북 및 수도권 북부지역의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 노원·도봉·강북구 아파트 시장에 최근 급매물이 나오면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값이 줄줄이 하락할 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름세를 보이던 강북 3구(區)이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주택경기 침체에 '고(高)금리'까지 맞물리면서 꽁꽁 얼어붙기 시작한 것이다.

헬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서울 노원·도봉·강북구 아파트 모습. 올 상반기 집값 급등으로 들썩이던 강북권 아파트 시장이 최근 급매물이 조금씩 나오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3개월간 아파트매매 1건도 못했어요

서울 노원구 상계동 P부동산중개소 김모(여·46) 사장은 최근 석 달 동안 아파트 매매를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최근 대출·세금 부담을 가진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시세보다 2000만~4000만원 싼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여기에 관심을 갖는 매수자는 아예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집을 사겠다는 전화는 하루에 한 통화도 없어요. 문의 전화라고 해 봤자 집을 얼마에 팔 수 있는지를 묻는 정도고요. 몇 달 전만 해도 집을 사겠다는 전화만 하루에 수십 통이 걸려왔는데…."

최근 매수세가 끊기면서 나오기 시작한 급매물은 가격 하락을 이끌고 있다. 상계동 B아파트 109㎡형의 경우, 지난 3월 최고가(4억6000만~4억7000만원)에서 4000만원 떨어진 급매물이 나왔지만 한 달 넘게 팔리지 않고 있다. 학원가가 밀집해 '강북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노원구 중계동이나 드림랜드 개발 등의 호재로 집값이 크게 오른 도봉구 창동도 싸늘하긴 마찬가지다.

최고 3억5000만원에 거래되던 중계동 C아파트(80㎡)의 시세는 최근 3억3000만원으로 내렸고, 창동 D아파트(142㎡)는 지난 6월 7억원에서 6억7000만원으로 3000만원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 3~4월 강북권 아파트 값이 급등할 당시 웃돈을 얹어가며 집을 샀던 이들은 '상투'를 잡은 것 아니냐고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지난 3월 아들 명의로 상계동 E아파트를 2억4000만원에 샀던 이모(여·51)씨는 "아파트를 사고 나서 집값이 3000만원 정도 더 오르더니 다시 원래대로 내려왔다"며 "대출 이자만 한 달에 100만원씩 내야 하는데 집값이 더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매수 심리 꽁꽁 얼어붙어

강북권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든 주된 원인은 경기 침체와 가격 급등에 대한 부담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지난 4월, 이들 지역이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된 데다 연 9%까지 치솟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의 여파로 매수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것이다.

거의 종적을 감추다시피 한 매수세 감소는 거래량 급감으로 이어졌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4월 1410건이 거래됐던 도봉구는 5월 229건으로 83.8% 줄었고 노원구는 같은 기간, 1593건에서 497건으로 68.8% 감소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연구소장은 "강북 아파트의 가장 큰 매력은 상대적으로 싼 가격이었는데 특별한 개발호재도 없이 올 들어서만 80% 이상 오른 곳도 있다"며 "경기 침체와 고금리에 대한 우려 속에서 강북만 계속 상승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상계동 주공2단지 42㎡의 경우, 올해 초 1억500만원에서 1억9200만원까지 급등했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센터장은 "지금 집을 사더라도 집값이 추가로 더 오를 것이란 투자자들의 기대가 크게 줄어든 것 같다"며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된 것도 투자 심리를 가라앉히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장기 집값하락 국면에 들어서나?

이에 따라 강북권 아파트값이 장기적인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집값이 다시 오르기 위해선 가시적인 개발 호재나 추가 매수세가 나와야 하는데 스태그플레이션(경기하강 속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부동산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현재 강북권 아파트 가격에 대한 수요자들의 심리적 저항이 강해 관망세로 돌아선 것 같다"며 "이런 분위기가 1~2개월 더 지속된다면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원갑 소장은 "가을 이후에도 단기 반등에 그치거나 일부 가격 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장 집값에 영향을 미칠 개발호재가 있는 것도 아닌 만큼 당분간 투자를 자제하는 게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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