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공이나 신탁사들은 40%씩 할인해서 팔라고 하는데 손실을 보면서까지 그러고 싶겠습니까? 전세로 분양하면 일단 분양가 절반 정도는 수입이 들어오고 또 나중에 제값을 받을 수도 있으니 낫죠."
지방 미분양난으로 위기에 몰린 건설사들이 새 아파트를 전세 놓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분양가에 훨씬 못미치는 가격에 통매각하는 `땡처리` 방식보다 낫기 때문이다.
◇미분양 고육책..건설사가 `직접 전세`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일건설(006440)은 오는 10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광주 남구 지석동 `한일베라체`(448가구)의 일부 물량을 전세방식으로 바꿔 공급하고 있다.
이 단지는 작년 11월 후분양 방식으로 분양됐으나 시장이 침체되면서 시행사의 자금압박이 커 시공을 맡았던 한일건설이 시행사인 빛고을건설의 채무 521억여원을 떠안았다.
한일건설은 사업자금 부담 완화를 위해 약 20%가량의 물량을 분양가격의 50% 수준에서 전세로 내놓고 있다. 분양가 1억9000만원선인 114㎡(34평)는 8600만원, 분양가 2억2000만원인 124㎡(37평)는 1억100만원선이다.
대형건설사의 경우 자산관리 자회사를 따로 두고 미분양을 전세로 전환해 내놓기도 한다. SK건설은 자산관리 자회사인 리얼베스트(옛 리바이던에셋)를 통해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오피스텔 등을 전·월세로 내놓고 있다.
리얼베스트는 지금까지 SK건설이 공급한 부산 해운대구 좌동 66가구, 남구 대연동 80가구, 동래구 온천동 오피스텔 42실, 대전 유성구 지족동 55가구 등을 분양가의 80~85% 가격에 매입해 이 중 50%가량을 임대로 해결했다.
롯데건설 역시 입주가 다가오고 있는 부산 정관지구 등의 준공후 미분양을 전·월세로 공급하기 위해 그룹내 자산관리회사를 동원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도맷금에 넘기느니…살아보고 사세요"
건설사들이 새 아파트를 직접 전세로 내놓는 것은 준공후 미분양을 처리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끌어안고 있자니 자금줄이 막히고 주공이나 민간펀드에 팔자니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한일건설 관계자는 "신탁사, 자산운용사, 주공 등은 30~40%정도 싸게 팔라거나 바이백(되사는) 조건을 내거는 경우가 많아 통매각할 경우 출혈이 심하다"며 "그러나 회사가 직접 전월세를 놓으면 분양가의 50%가량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땡처리하는 것과 회수자금 차이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헐값에 통매각할 경우 쏟아질 기존 계약자들의 민원도 빗겨갈 수 있다. 대형건설사인 K건설은 최근 부산의 한 사업장 미분양을 대량으로 주공에 매각했다가 입주자들의 반발로 곤욕을 치렀다.
전세로 돌릴 경우 미입주 주택으로 남겨두는 것보다 단지가 활성화 되기 때문에 나중에 제값을 받는 데도 보탬이 된다. 일정기간 분양에 따른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감당할 수 있다면 전·월세 수익으로 보유비용을 충당할 수 있어 보유 부담도 크지 않다. 시세가 오를 경우 향후 차익도 건설사 몫으로 돌아간다.
■건설사 분양아파트 전세 놓으려면?
건설사가 미분양 주택을 세 놓으려면 지자체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건설사 앞으로 소유권 보존등기를 해야하고 건설원가의 3.16%에 해당하는 취득·등록세도 납부해야 한다.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도 내야 한다. 다만 임대사업자 기준에 따라 감면이 이뤄진다. 세입자는 개인에게 임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취득·등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전세 아파트를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경우 세입자에게 우선권을 줘야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건설사들은 대체로 세입자의 매입의사를 먼저 확인한 후 이를 매각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