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대출 규제, 재건축 규제 유지… 실망감 복합 작용
세금 회피 매물·강남 입주 물량 쏟아져 하락폭 키워
시세보다 15~20% 정도 싸게 나온 급매물은 노릴 만
노무현 정부가 지난 2006년 5월 15일 집값 거품에 대한 경고와 함께 단기 급등 지역으로 지목한 서울 강남 등 '버블세븐(bubble seven)'. 2004~2006년 전국의 집값 상승을 주도할 만큼 거침 없이 오르던 버블세븐 아파트 값이 2006년 말 이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와 용인·분당의 대형 아파트 값이 급락하는 등 버블세븐 전역이 거의 예외 없이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투자자들은 더욱 고민에 빠지는 모습이다.
현 상황이 단기 조정을 거쳐 재상승을 앞둔 '바닥(저점)'인지 대세 하락 국면의 시작에 불과한 지 종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버블세븐의 약세에는 정부의 세금·대출 규제와 신규 아파트의 과잉 공급, 재건축 규제 유지에 대한 실망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이들 지역의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가격 급등·세금·대출 부담 겹쳐
버블세븐 지역의 특징 중 하나는 6억원 초과(공시가격 기준)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정부의 집중 규제 대상이다. ‘ 부동산뱅크’김용진 본부장은“버블세븐지역은 고가 아파트라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큰 데다 대출 규제로 인해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용적률 강화,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재건축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고 서울 강북과 수도권 북부 지역에 개발호재가 쏟아지면서 투자 수요가 다른 곳으로 이탈한 것도 집값 하락의 주된 이유다.
지역별로는 목동은 학교 정원 초과 등으로 최근 이사 온 학생들이 다른 학군으로 배정을 받는 일이 발생하고 있고, 판교신도시 후광 효과로 급등한 용인·분당·평촌은 분양가상한제로 새아파트 분양가가 낮아질 것이란 기대감에 조정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써브’함영진 실장은 “용인·분당·평촌의 경우 2~3년간 가격이 최고 2배 가까이 오르면서 매수자의 심리적 저항이 강하다”고 말했다.
6월 1일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일을 앞두고 세금회피 매물이 쏟아진 것도 하락폭을 키웠다. ‘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하반기 강남권에만 입주 물량이 3만 가구에 달하면서 입주 예정자들의 기존 주택 매물이 쏟아진 데다 개발재료 부재로 투자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고 말했다.
■ 2009년 상반기까지 하락세 이어질 듯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버블세븐의 집값 하락 및 조정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시기적으로는 재건축 입주 물량이 계속 나오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 스피드뱅크’박원갑 소장은 “올해 강남·서초·송파 지역 입주물량은 지난해보다 2.6배나 많다”며 “집값이 다시 오른다 해도 지난해 고점 회복을 시도하는 데 그칠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향후 가격 상승에 대해수요자들이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가격 조정은 소득과 비교해 적절한 수준에 이를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고가 주택에 대한 규제 완화 가능성은 당분간 희박한 만큼 대규모 입주가 끝나는 2009년까지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전망했다.
버블세븐 가운데 분당·용인 지역은 약세가 좀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내년 이후 판교 신도시에 대규모 입주 물량이 나오는 것을 비롯해 광교신도시 등 주변에 공급되는 분양가상한제 아파트가 기존 아파트값을 끌어내리는 작용을 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버블세븐이 한두 달 뒤 반짝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닥터아파트’이영호 센터장은“송파·서초의 경우 급매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반짝 상승할 수 있지만 수요가 일정부분 소진되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 시세보다 15~20% 싼 급매물 노려라
그러나 버블세븐 지역은 대체로 교육·교통·상권 등 생활 여건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다시 오를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그런 만큼 최근의 조정·하락 장세를 감안해 시세보다 15~20% 정도 싸게 나온 급매물이나 경매 물건은 노릴 만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정책 변동에 너무 기대를 걸고 투자 목적으로 나서기 보다 실수요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도 요즘 장
세에서는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김용진 본부장은“서초·강남·송파 지역보다는 서울 외곽의 버블 세븐이 더욱 조정을 받을 것이란 점에서 강남·서초구에 있는 중대형 아파트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
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실장은“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대해 품질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며“따라서 최근에 지어지고 단지 내 조경이 우수한 타워형 아파트에 수요가 크게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김영진 대표는“재건축 아파트는 정부규제로 최근 가격이 조정 받은 만큼 구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함영진 실장은“용인·분당은 지하철 개통 지역과 랜드마크 위주로 저평가된 급매물을 노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