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새 분양제 '허와 실'
주변시세보다 낮춘다더니 결국 비슷하거나 더 비싸
공급 확대 정책 뒷받침돼야
이달부터 민간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와 후(後)분양제 아파트가 본격 공급되면서 새로운 분양가 제도의 허실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새로운 분양가 제도가 기존 방식보다 저렴한 아파트 공급을 가져와 기존 주택 매매 시장을 안정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모습으론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양면성
정부는 당초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분양가를 주변시세의 80%까지 낮출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최근 쌍용건설이 대구시 북구에서 '침산동 2차 쌍용 예가' 공급에 나서는 등 민간 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분양가 하락폭이 크지는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피드뱅크 등 시세조사업체에 따르면 '침산2차 쌍용 예가'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779만원. 작년 말 대구시 북구에서 분양된 '매천 화성 파크드림'(3.3㎡당 800만원)보다는 소폭 낮아진 금액이지만, 코오롱 하늘채 1단지(3.3㎡당 743만원) 등 인근에 완공돼 있는 아파트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가격이다.
수원시 권선구에서 우방이앤씨가 공급 예정인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도 비슷한 상황. 3.3㎡당 약 920만원에 분양 승인이 신청됐는데, 이는 작년 말 수원에서 분양된 대주 피오레(3.3㎡당 약 1002만원)보다는 낮지만, 인근 성원(3.3㎡당 906만원) 아파트 등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해당 건설사 관계자들은 "택지비가 높아 분양가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후분양제는 오히려 더 비싸
후(後)분양제 아파트의 경우, 기존 시세는 물론 최근 분양된 아파트보다도 더 높은 가격에 분양가가 책정되고 있다.
지난달 부천에서 나온 중동주공 재건축에 따른 후분양 물량 분양가는 3.3㎡당 약 1338만원. 이는 인근 미리내 동성(3.3㎡당 1141만원)은 물론, 올 3월 부천에서 분양된 '송내 e편한세상'(3.3㎡ 당 1144만원)에 비해서도 더 높은 금액이다.
서울 강남권에서도 이런 현상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서초구 최대 관심 지역으로 꼽히는 반포주공3단지 재건축 후분양제 물량 역시 다음 달 3.3㎡당 3000만원 안팎에서 분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분양가 문제만 놓고 본다면 차라리 후분양제를 도입 안 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후분양제가 없었다고 가정했을 경우 반포주공 3단지의 일반 분양 시점은 2006년 중순. 비록 단지 규모에 차이가 있지만 2006년 3월 인근 서초동에서 씨앤우방이 3.3㎡당 1564만원, 4월 역시 서초동에서 경남기업이 3.3㎡당 1754만원에 분양했던 것을 감안하면 당시에 선분양 했다면 3.3㎡당 가격은 2000만원 안팎에 그쳤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스피드뱅크 이미영 팀장은 "반포 주공 3단지가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라는 점을 감안해도, 후분양제 도입으로 오히려 역효과가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제도 보완·공급 정책 병행돼야 해
아직 초기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집값 안정이라는 정부의 새 분양가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리란 전망이 많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인근 시세나 분양가에 맞춰 분양을 하던 업계의 관행에 아직까지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이미영 팀장은 "분양가 상한제 역시 가산 비용에 대한 합리적 근거가 빈약해 분양가 상승 빌미가 될 우려가 있다"며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땅값에 대한 보완책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우씨앤씨 손상준 사장은 "근본적으로 분양가 제도만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기엔 한계가 있다"며 "최근 잠실주공 재건축 단지 입주에 따른 인근 시세 하락에서 알 수 있듯, 기본적으로는 공급을 원활히 해주는 정책이 뒷받침돼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