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흔들리는 강남 집값

뉴스 홍원상 기자
입력 2008.05.19 21:13 수정 2008.05.19 21:13

규제는 꽁꽁, 공급은 쑥쑥, 가격은 뚝뚝 '남쪽 부동산 지진'
집주인들 "제발 좀 팔아주세요" 1억 내려도 매수세 아예 실종
송파 등 재건축 중심으로 급락 용인·분당까지 번지는 양상

"작년까지만 해도 10억원 이하(112㎡형)로 매물이 없었는데 요즘은 8억원대 중반에 내놓아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요."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모(52)씨는 "4월 들어 인근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가 매주 1000만원씩 떨어지고 있는데도 매수세가 없다"고 말했다. 분당 서현동 S아파트에 사는 최모(43)씨는 한 달 전 매물로 내놓은 자신의 아파트(155㎡ 규모) 가격을 2000만원 더 낮추었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9억5000만원이면 거래됐던 아파트가 최근 매수세가 뚝 끊기면서 9억원에도 '집을 보겠다'는 전화가 한 통도 걸려오지 않기 때문이다. 최씨는 "매달 내야 하는 대출이자(200만원)가 부담스러워 집을 처분하려고 해도 팔리지 않아 속이 바짝 타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직후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짝 오름세'를 보이던 서울 강남권과 분당·용인 등의 고가 아파트가 급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일부 단지는 한 달 사이 1억원 이상 가격이 떨어졌는데도 매수세가 없어 추가하락이 예상된다. 강북의 집값이 '초강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강남권 고가 아파트가 급락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강남권 중심으로 아파트 입주가 급증한 데다 종합부동산세 등 규제 완화가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한 실망 매물이 겹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달 사이에 1억원 떨어진 아파트도

강남권 집값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재건축 아파트. 한 달 전만 해도 6억3500만원까지 올랐던 서울 송파구 가락 S아파트 43㎡형은 최근 5억5000만원까지 내려갔다. 재건축이 확정됐지만 주택형별 추가부담금(1억8000만~2억4000만원)이 예상보다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강남 지역의 다른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달 최고 10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강동구 둔촌동 J아파트 112㎡는 지난주 후반부터 8억9500만원에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고, 송파구 잠실 J단지도 최근 한 달 동안 4000만~5000만원 정도 하락했다.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집주인들의 상담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 D공인중개사 박모(45) 대표는 "주변 아파트 값이 크게 떨어졌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오늘 오전에만 10통의 문의 전화를 받았다"며 "전화 대부분이 매도가격을 더 내리거나 집을 팔아야 할지를 물어보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나비에셋' 곽창석 대표는 "새 정부가 소형 주택 의무제·임대아파트 의무제 등의 재건축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부가 규제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실망매물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세금 규제에 외면 받는 고가 주택

범강남권으로 분류되며 한때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분당과 용인도 하락세가 속출하고 있다. 분당 서현동 S아파트 165㎡는 최근 한 달간 5500만원(5.39%) 하락한 9억6500만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인근 정자동 H아파트 162㎡는 같은 기간 4500만원(4.52%) 떨어진 9억5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용인에서는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상현동 J아파트 158㎡의 급매물 가격은 현 시세보다 5000만원 낮춘 6억2000만원. 용인시 수지구에 사는 김모(여·53)씨는 "주변의 쾌적한 자연환경, 향후 개선될 교통 여건 등을 생각하면 아파트 값이 이렇게 크게 떨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에 대형 주택이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다는 점을 가격 하락의 이유로 들었다. '닥터아파트' 이진영 팀장은 "6억원 이상 고가 주택은 중과세를 당하는 데다 대출 규제로 인해 매수세가 끊긴 상태"라며 "반면 강북의 2억~3억원 하는 주택은 규제가 없다 보니 실수요에 투자수요까지 가세,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의 힘'도 아파트 하락에 한몫

전문가들은 강남권 아파트 가격 하락의 요인 중 하나로 아파트입주 물량의 급증을 꼽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오는 8~9월 송파구 잠실에는 주공 1~3단지, 잠실시영, 롯데캐슬 등 1만8000여 가구가 본격적인 입주에 들어갈 예정이다. 새 아파트의 입주 예정자들이 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기존에 보유한 아파트를 싸게 내놓고 있다.

강동구의 T부동산공인 김모(57) 대표는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일이 다음 달 1일로 다가온 데다 오는 7~9월 입주 예정인 잠실 아파트를 분양받은 집주인들이 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라도 아파트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강남지역 입주 물량이 갑자기 크게 늘어난 데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당장 변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하면서 강남권 아파트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지는 모습"이라며 "당분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인 만큼 단기간에 수익을 올리기 위한 투자는 자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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