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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내 영어마을 어디로 옮겨야 하나?

뉴스 홍원상 기자
입력 2008.05.15 22:07

'주택법 위반' 행정당국 제재에 건설사 골머리
학원법 위반 혐의 폐쇄조치 속출
입주자들 계약해지 등 반발 우려
학원·대안학교로 조성하는 곳도

최근 아파트 분양 촉진을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인기를 끌었던 단지 내 '영어마을'에 대해 행정당국의 제재가 잇따르면서 건설사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행 주택법상 학원은 상가에 설치해야 하는데 최근 분양된 아파트의 영어마을은 대부분 주민공동시설(커뮤니티)에 들어서는 것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영어마을을 설치하려면 관할 교육청으로부터 정식 학원으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 학원법도 건설사들을 난감하게 만드는 부분.

건설업계 관계자는 "영어마을을 조건으로 내걸고 분양한 건설사들은 각종 규제로 당초 계획을 바꿔야 하는 처지"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입주 예정자들로부터 계약해지나 손해배상 요구를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시 강서구 명지지구 퀸덤 모델하우스에 마련된‘영어마을 체험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경찰·요리사 복장을 한 외국인 강사들에게 영어를 배우고 있다. /영조주택 제공

◆단지 내 영어마을, 30여곳에 조성 중

영어마을은 경기도가 2004년 '경기 영어마을'을 조성하면서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영어 단어와 문법만을 외우는 기존의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일정 기간 합숙을 하며 영어로만 생활하고 배우는 방식이 특징. 이런 교육 방식이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주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일반 영어학원 및 아파트 단지에도 영어마을이라는 이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5년 분양시장에 첫선을 보인 단지 내 영어마을은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가 시설을 짓고 입주 후 1~2년간 비용을 부담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아파트 단지에서 운영 중인 영어마을은 전국에 5~6곳 정도. 지난해 말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면서 영어마을이 분양 조건에 다시 포함되기 시작해 현재는 전국 30여개 단지에서 영어 마을을 조성 중이다. 하지만 아파트에서 운영되는 영어마을은 이런 기본 설립 취지와 달리 기껏해야 하루에 1~2시간 정도 영어를 배우는 학원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폐쇄·고발 조치에 입주예정자 반발

문제는 교육 여건이 열악한 단지 내 영어마을조차도 현행법상 운영이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경기 용인시교육청은 2006년 12월부터 입주민들이 주민공동시설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해온 동백지구 내 J아파트 영어마을에 대해 학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최근 폐쇄 조치를 내렸다.

학원법은 10명 이상에게 총 30일 이상 가르칠 경우, 학원으로 규정해 교육청에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다. 학원으로 등록이 돼야 원어민 강사의 자격과 자질을 검증할 수 있다는 게 교육당국의 설명. 더욱이 단지 내 영어마을은 대부분 주민공동시설에서 운영돼온 데다 학원으로 등록하지 않아 행정당국의 제재가 줄을 잇고 있다. 광명시 철산동 D아파트 입주자들은 주민공동시설에서 영어마을을 운영해왔다는 이유로 광명시교육청으로부터 고발 조치를 받았다. 경기도 일산 덕이지구 S아파트 계약자들은 건설업체의 근린생활시설 내 영어마을 조성 약속이 행정당국의 제재로 무산 위기에 놓이게 되자 계약해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단지에 미국 학교 교육과정 유치하기도

일부 아파트는 아예 영어교육시설을 상가 쪽에 설치하거나 대안학교를 세우고 있다.

영조주택은 부산 명지지구 '퀸덤' 단지에 미국 현지 학교(리베이 아카데미·Ribet Academy)를 유치, 국제 대안학교로 운영할 계획이다. 기존의 영어 마을과는 달리 수학·과학 등 전 과목을 100% 영어로 가르치고 미국 본교 학생들과 같이 정식 졸업장을 받아 곧바로 대학 진학을 노릴 수 있는 게 가장 큰 특징. 학교는 내년 3월 ESL(영어교육) 프로그램부터 운영한 뒤 내년 가을에 정식 개교할 예정이다. 영조주택 관계자는 "상가에 영어권 외국인과 영어 사용이 가능한 내국인 직원을 배치해 영어로만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진정한 의미의 영어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벽산건설도 이달 중순 안성 공도지구에 분양하는 '블루밍 공도 디자인시티'의 영어 마을을 상가에 설치하고, 입주 후 2년간 정식 학원으로 등록을 하기로 했다. 지난달 분양계약을 마친 전주 하가지구 '일신 휴먼빌'은 주민 공동시설에 있던 영어마을을 상가로 옮겨줄 계획이다. '스피드뱅크' 이미영 분양팀장은 "단지 내 영어마을은 사교육비 절감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자녀를 안전하게 교육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택 수요자들에게 선호도가 높다"며 "하지만 교육시설로서 설립과 운영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건설사가 제시한 요건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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