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본격 공급 인기지역 청약 미달…
분양가 인하 이끌어
들어 각종 개발호재에 집값이 크게 들썩였던 서울 강북과 경기 북부지역.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 상승세가 낮아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지난주 서울 지역 아파트 값을 조사한 결과, 도봉구(0.35%), 중랑구(0.29%), 성북구(0.25%)의 아파트 값 상승폭은 3주째 줄었다. 강남구(―0.12%), 송파구(―0.11%), 서초구(―0.02%)를 비롯한 강남권 아파트 값은 하락세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달 중순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본격적인 분양을 앞두고 최근 분양 및 기존 주택 거래 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인기 신도시 예정지 인근에서 분양되는 아파트가 대규모 청약 미달 사태를 맞는가 하면, 기존 아파트 가격 역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는 것.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 김은경 팀장은 "조금만 있으면 현재 가격보다 더 저렴한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가 공급될 것을 기대하는 주택 수요자들이 내집 마련을 미루고 있다"며 "건설사들도 침체된 주택 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양가를 스스로 내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후광(後光)이 아니라 타격
경기도가 '명품 신도시'로 만들겠다는 '광교 신도시' 예정지 인근에서 최근 분양에 나섰던 업체들은 다들 예상 밖의 결과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수원시 영통구에서 공급된 '신창 비바패밀리'의 경우 236가구 가운데 217가구가 청약 미달됐고, 망포동 '임광그대가'(531가구 공급) 청약자는 24명에 불과했다. 이런 풍경은 인기 신도시나 택지 개발지구 인근에서 짓기만 하면 '대박'이 나던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것. '스피드뱅크' 김은경 팀장은 "과거에는 생활편의시설이나 교육 여건이 발달된 지역이라 선호했으나, 인근 신도시에 값싼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가 공급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다려 보겠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 알아서 내린다
분양시장이 여의치 않자 최근에는 건설회사가 분양가를 알아서 먼저 내리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승인받은 가격으로 분양에 나섰으나, 이제는 이보다 더 낮추고 있다. 최근 동일하이빌이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짓는 주상복합 '동일하이빌 뉴시티' 분양가를 청약 접수 전에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동일하이빌은 3.3㎡당 평균 1899만원에 분양 승인을 받았으나 이를 1852만원으로 낮췄다. 서해종합건설 역시 지난달 아산시에서 분양한 '서해그랑블'을 아산시 분양가 자문위원회의 권고가(3.3㎡당 약 600만원)보다 40만원 낮춘 3.3㎡당 560만원에 선보였다.
한 번 분양 실패한 단지의 경우, 재분양에 나서면서 거의 대부분 분양가를 낮추고 있다. 반도건설은 경기도 평택시 용이지구 유보라 아파트(480가구) 첫 분양에서 단 2명만 청약을 하는 대규모 미달 사태를 겪자, 분양가를 10% 낮춰서 재분양에 나섰다.
◆기존 주택 시장도 주춤
인기 지역에서의 분양 역시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쉬운 중소형 위주로 팔리는 상태. 지난달 용인시에서 공급된 '용인 신봉 동부 센트레빌'(298가구), '용인 신봉 동일하이빌'(1454가구) 모두 중소형은 순위 내에서 청약이 마감됐지만 중대형은 3순위까지 가서도 미달됐다.
기존 아파트 거래 시장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3일 기준으로 서울 강남권은 강남(-0.17%), 서초(-0.04%), 송파구(-0.32%) 등 모두 하락세를 보였으며, 강북권 역시 지난 4월 초까지의 급등세에서 벗어나 차츰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집 장만을 염두에 두고 있는 실수요자들이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실체를 보기 전까지는 관망하는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센터장은 "실제 분양가가 국토해양부의 기대만큼 낮아질지 미지수"라며 "건설업체들이 값싼 마감재를 사용하거나 정작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품목은 옵션(선택 품목)으로 돌리는 식으로 분양가를 다시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도우씨앤씨' 손상준 사장은 "평소 자신이 관심 있던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라면 분양 조건이 좋게 나오는 요즘을 내 집 마련의 시기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
감정 평가된 땅값과 국토부 장관이 정한 기본형 건축비를 기준으로 해서 아파트 분양가를 산정토록 한 제도.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경우 기존 방식에 비해 분양가가 최대 30% 저렴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 계약 시점부터 최대 10년간 되팔 수 없는 전매 금지 조항이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작년에 도입됐지만 유예기간을 거쳐 이달 중순부터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가 대거 분양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