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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큰손이 휩쓸고 간 강북부동산

뉴스 곽창렬 기자
입력 2008.04.16 10:10 수정 2008.04.16 11:29

'한 사람이 같은 아파트 11채'
전국 큰손들이 눈독 들이는 서울 강북 아파트시장

“좀 더 큰 가게를 얻으려고 했는데 아예 하나도 없다는 군요.”
 서울 상계동에서 작은 상가를 가지고 있는 채모(53)씨는 최근 사업이 잘돼 좀 더 넓은 가게를 알아보려고 부동산 가게를 찾았지만 단 하나의 가게도 찾을 수가 없었다. 최근 강북지역 아파트가 폭등했다는 기사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채씨는 혀를 내둘렀다. 채씨는 사는 동네 가치가 올라가서 좋기는 하지만 이게 과연 정당하게 오른 건지 아니면 일부 투기세력이 올린 건지 의아하다고 했다.
 서울 강북아파트 값이 들썩이고 있다. 노원구나 도봉구 지역 소형 아파트는 불과 몇 달 사이 곱절이 뛰었고 그 상승폭은 중·대형아파트로 이어지고 있다. 총선을 맞아 여·야할 것 없이 내건 뉴타운 공약까지 더해 강북은 제2의 버블 세븐(7)지역으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 소형에서 출발, 중형으로 상승세 확산 중
 국민은행 조사를 보면, 올해 들어 서울 강북지역(14개구) 아파트 매매값은 지난 3월까지 4.5% 올랐고 그 가운데서도 노원구는 10.2%나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계동 주공 7단지 79㎡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2억원을 밑돌던 매매값이 최근 2억9000만~3억원으로 치솟았다.
 이 같은 강북 아파트 값 상승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형 아파트가 주도했다. 상대적으로 값싼 부동산을 강남의 큰손들이 작년 말부터 싹쓸이하면서 폭등을 부추겼다.
 강북의 집값 상승세는 이달 들어 중형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중계동 마들 부동산 이철웅 대표는 “최근에는 오히려 소형 아파트는 매물이 좀 있지만 중형아파트는 아예 매물이 없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노원구의 경우 지난달까지 56~79㎡만 강세였으나 물건이 없다 보니 이달부터는 92~109㎡의 중형까지 오름세로 돌아섰다. 상계동 보람아파트 109㎡는 지난달까지 3억9000만원이었으나 4월 들어 4억2000만원으로 3000만원 정도 뛰었다. 중계동 역시 지난달까지 59㎡가 인기를 끌었으나 이달 들어 중형에 수요자가 몰리며 경남·롯데·상아 102㎡는 지난달 말보다 2000만원 정도 올라 현재 4억6000만~4억7000만원을 호가한다.
 노원구·도봉구 등에서 시작된 집값상승은 서대문구·마포구 그리고 경기도 북부로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경기북부지역 4월 첫째 주 아파트 매매값 상승률은 의정부시가 0.72%로 비교적 높았고, 양주가 0.25%, 동두천 0.14%, 남양주시 0.11% 등으로 나타났다.

◆ ‘한 사람이 같은 아파트 11채’ 소유 전국의 큰손들 빠르게 강북을 훑고 가
 현재 강북 집값 상승의 근원지는 79㎡(24평) 이하의 중소형아파트다. 이 가운데 특히 60㎡(18평) 이하 아파트가 강북 아파트값 폭등을 이끌었다. 노원구 부동산 업체들에 따르면 작년 말만 해도 약 8000만원에서 9000만원 하던 60㎡(18평) 아파트 평균값은 현재 2억이 넘어간다.
 문제는 값이 오른 다수 아파트는 실제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투기를 위해 오래 전부터 집중적으로 사들인 사람들이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노원구 중계동의 G아파트를 보면 전체 3500여 세대 가운데 약 2000세대만이 실소유주이며 나머지 1500세대는 외부사람들이 투기나 기타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경기도 모 지역에 주소를 둔 한 사람은 이 아파트에서 무려 11채나 보유하고 있었으며 수백명이 이 아파트에서 3채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아파트 관계자는 상당수가 ‘강남의 큰 손’들이라고 말했다.
 노원구 하계·중계·상계·마들역 부근에 있는 역세권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18평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를 집중 매입하기 시작해 막대한 차익을 올린 상태다. 이들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매입하는 사람들은 서울 강남의 투기세력들이 가장 많고, 부산이나 대구 등 먼 대도시에 있는 사람들도 입소문을 통해서 이 지역 아파트를 지난해 부터 꾸준히 매입했다.
 이들은 집을 대충 훑어보거나 아예 보지도 않고 전화로 값을 물어본 뒤 돈을 보내고, 계약서를 팩스로 주고 받는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는 50대 중·후반 사람들이 자식 앞으로 집을 사는 경우도 많으며, 중소기업체도 법인명의로 수십채를 사들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30대 초·중반의 사람들까지 재태크를 하기 위해 대출을 받고 투자하는 경우도 많으며 심지어 외국에 있는 큰 손들까지 강북으로 들어온 상태다.
 실제 강남에서 피부과를 운영하는 박모(46)씨는 성남재개발지역 단독주택포함 주택 3채를 갖고 있으면서 최근 상계 뉴타운 내 아파트 등 7곳 재개발 예정지에서 30억 상당의 18채를 사들이다 이달 초 국세청에 적발되기도 했다.
 삼성 부동산랜드의 이상학 사장은 “집 없는 사람들이 아파트를 사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집 있는 사람들이 재산증식을 위해 사는 것이 큰 문제”라며 “일부 사람은 자신이 사들인 집이 하도 많아서 노트에 적어놓고 일일이 찾아 다니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 “많이 올랐다구요? 아직 멀었습니다. 더 팍팍 올라야지요”
 강북 부동산 값 급등에 대해 강북 주민들은 하나같이 이제야 정당한 평가를 잡기 위해 방향을 조금 튼 것을 뿐이며 아직도 한참 멀었다는 게 대부분의 생각이다.
상계동 주민 김모씨는 “강북 주민 대부분은 집값에 엄청 예민해져 있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강북 사람들은 오랫동안 강남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 돼 있어서 어느 정도 피해의식이 있다”며 “이제야 조금씩 제자리를 잡아가려는데 투기네 뭐네 하면서 강북 집값을 잡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중계동에 사는 이금선(40)씨는 “강북 지역은 강남과 비교했을때 교육이나 삶의 여건 어느하나 떨어지지 않는데 강남은 과대 포장돼 있고 강북은 크게 떨어져 있어 불균형이 심각한 상태”라며 “강남의 집값을 떨어트리거나 강북을 집값을 올려야 이 불균형이 시정될 수 있는데 강남 집값이 내려가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지금 강북집값이 올라가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며 앞으로 훨씬 더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아동에 사는 김백수(34)씨도 “최근에 집값이 좀 뛰었다고들 하는데 워낙 강북 지역이 낙후돼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강북지역 아파트 값이 올라서서 가격폭이 좁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연일 강북 부동산이 폭등하고 있다고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데 대해서는 사람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주민 원모씨는 “아직 한참 멀었는데 연일 정부에서 투기 억제니 뭐니 하고 언론이 보도하니 정말 속상하다”고 말했고, 한 주민은 인터넷 노원 사랑방에 “제발 조용히 집값좀 올라가게 가만히 놔 달라”고 주장했다.
 노원구 한 주민은 “뉴스를 접한 회사 동료들의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며 “언론에서 더 좀 떠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계동 한 부동산 업자도 “사실 언론이 보도하고 정부가 억제책을 쓰면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으나 차라리 언론이 계속해서 보도하면 오히려 실제 뭔가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돼 더욱더 강북 아파트 값이 올라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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