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시스템 에어컨 설치 요구
민간 건설사는 시공 해주는데 住公은 공사 일정 핑계로 거절
판교신도시 건설의 시행사인 대한주택공사가 "비용을 지불할 테니 에어컨을 설치해 달라"는 입주 예정자들의 요청을 거부해 '무사 안일'한 서비스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같은 판교 신도시 안에서도 민간 건설사들은 이런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획일적 규제와 관료주의를 상징하는, 또 다른 '전봇대' 사례라는 지적이다.
3일 건설업계와 판교입주자연합회에 따르면 판교 '현대 힐스테이트'(연립주택) 입주 예정자들은 지난해 12월 시행사인 주택공사에 입주자들이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시스템 에어컨(천장 매립형 에어컨)을 설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주공은 "공사 도중에 에어컨 설치 작업을 벌이는 것은 공사 일정과 안전 관리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하자 발생 시 책임 여부와 준공 시 사업 승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시스템 에어컨이란 최근 분양하는 신규 아파트에 빌트인(built-in)이나 선택사양으로 주로 설치된다. 특히 천장 위쪽으로 설치되기 때문에 공간 확보 등을 위해 대부분 아파트 공사와 함께 설치하는 게 보통이다.
더욱이 판교 '현대 힐스테이트'의 경우 건설사가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하면 에어컨 설치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 주택의 시공사인 현대건설 측은 "골조 공사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5월 초 이전까지 천장 내 조명 위치 등 설계를 일부 변경하면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같은 판교 신도시 안에서도 민간 건설사가 짓는 한림건설의 '한림 아파트'와 대광건설의 '대광 로제비앙' 아파트는 작년 9월과 12월에 입주 예정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희망 가구에 대해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해 주기로 했다.
'판교 현대빌라 입주예정자 모임' 이상호(43) 대표는 "주공에서도 처음에는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였다가 다른 단지에서도 같은 요구가 들어올 수 있다는 데 부담을 느껴 거절한 것으로 안다"며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고 입주자들이 비용을 부담하겠다는데 이를 왜 거절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공 관계자는 "주공이 판교에서 시행하는 아파트가 2만 가구에 이르는 만큼 특정 단지에만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