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사무실 턱없이 부족 여관·사우나 리모델링 한창
임대료도 껑충… 상승세 지속 중소 업체들 외곽으로 이전
21일 오후 서울 강남의 오피스 빌딩 밀집지역인 테헤란로. 초고층 빌딩이 줄지어 서 있는 대로변에서 작은 골목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빌딩 신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건물은 몇 달 전만 하더라도 5층짜리 모텔이었다. 하지만 건물 주인이 임대 수입을 올리기 위해 지난 2월, 8층 높이의 일반 사무용 빌딩으로 다시 짓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서울 강남에 업무용 사무실 공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지면서 부동산 투자 패턴이 변하고 있다. 모텔이나 사우나시설이 오피스 빌딩으로 리모델링 되고 있고, 높아진 임대료 부담을 버티지 못한 중소 업체들은 서울 외곽 지역으로 떠나고 있다.
최근 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일반 주식형 펀드와 이 일대 오피스 건물에 투자한 부동산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것도 새로운 모습 중 하나다.
◆1%대의 공실률… 임대료 껑충 뛰어올라
최근 강남 테헤란로 일대에서는 사무실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어렵다.
부동산투자자문업체 '알투코리아'에 따르면 2006년 초 3.4%였던 강남의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작년 초 1.7%에서 최근 1.1%까지 내려갔다. 사무실 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공실(空室)을 제외하면 사실상 빈 사무실이 없는 셈이다.
임대료도 많이 올랐다. 2006년 초 평균 5만6510원이었던 강남 사무실의 평균 월세 가격은 작년 초 5만9161원에서 최근 6만684원으로 급등했다. 특히 지하철 2호선 역삼역과 거의 붙어 있는 H빌딩은 작년 가을 3.3㎡당 7만2000원이었던 월 임대료가 현재 8만5000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W빌딩의 전세가격 역시 같은 기간 3.3㎡당 40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올랐다.
◆오피스 빌딩으로 변신하는 여관·사우나
테헤란로 이면에 위치한 중소형 건물들은 요즘 새롭게 변신 중이다. 작년까지 모텔과 사우나 시설로 사용됐던 한 건물은 현재 지하 3층~지상 10층 규모의 사무용 빌딩으로 신축되고 있다. 삼성동에 있는 한 주차장 부지도 최근 6층 높이의 오피스 빌딩이 지어졌다.
'스피드뱅크' 이충묵 과장은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모텔 수익은 점차 줄어든 반면 오피스 임대료는 5년간 두 배 이상 오르면서 용도 변경을 결심하는 건물주들이 늘고 있다"며 "현재 이 주변에서만 4~5 건의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임대료·관리비 등 비용 절감을 위해 서울 외곽으로 자리를 옮기는 업체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강남구 삼성동에 있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T사(社)는 지난 1월 구로구 가산동의 아파트형 공장으로 이전했다.
이 회사가 강남에서 495㎡(150평) 크기의 사무실을 사용할 때 들어간 비용은 매달 1400만원(임대료 800만원+관리비 600만원)이나 됐다. 이 회사 이모(43) 팀장은 "가산동에 두 배 가까이 넓은 사무실(925㎡·280평)을 분양 받아 이사 갔는 데도 월 관리비가 1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며 "1년에 1억원 이상 아낄 수 있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빌딩이나 상가에 주로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 역시 오피스 빌딩의 임대료·매매가 상승으로 수익률이 올라가고 있다.
지난 2월 말, 운용을 마친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맵스프런티어부동산' 펀드는 지난 3년간 상가에 주로 투자한 결과 45.7%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 블리스운용의 '굿앤리치부동산공경매' 펀드도 1년6개월 동안 38.2%의 수익률을 올렸다.
◆임대료, 올해도 5~6% 오를 전망
이 같은 새로운 부동산 투자 트렌드가 나타나게 된 주된 이유로는 오피스 공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알투코리아는 올해 강남 오피스에 대한 신규 수요는 55만㎡로 공급 예정 물량(40만㎡)을 훨씬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알리안츠, GE 등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향후 2~3년간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오피스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수천억원씩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투코리아' 김태호 팀장은 "최근 강남의 오피스 시장은 공급이 한계에 다다른 데 비해 수요는 꾸준히 몰리고 있다"며 "따라서 대형 오피스 빌딩의 임대료는 올해에도 5~6%씩 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