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앞두고… 업체들 자구책
민간 건설업체들이 최근 들어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를 잇달아 내리기 시작했다. 올 들어 침체된 부동산 시장과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 시행될 분양가 상한제 등의 영향으로 신규 아파트에 대한 주택 수요자의 관심이 크게 떨어지자 건설업체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8월 말 현재 9만1714가구로 1998년 말(10만2701가구)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오는 20일부터 청약에 들어가는 ‘오산 세마 e-편한세상’(1646가구) 분양가를 당초 제시한 3.3㎡당 940만원대에서 100만원 정도 낮춘 780만~890만원으로 결정했다. 인근 동탄신도시 아파트가 1400만원, 병점권역이 1000만원대라는 점에서 10~20% 할인된 가격으로 분양하는 셈이다.
월드건설도 22일부터 울산시 북구 매곡동에서 분양하는 ‘매곡 월드메르디앙 월드시티’(2686가구)의 분양가를 750만~830만원(115㎡ 기준)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주변 아파트 시세는 800만원대 후반을 형성하고 있다.
파주시 조리읍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대우건설의 ‘파주 푸르지오’도 분양가 인하에 동참할 계획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인근에 들어서는 운정신도시의 분양가격(950만~1100만원 예정)보다는 분양가를 확실히 낮출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좀 더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구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예비청약자들이 청약에 매우 신중하다”며 “분양가 상한제 실시 이후 수준의 가격을 미리 제시해 청약자들의 관심을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연구소장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분양가 상한제까지 앞두게 되면서 주택 수요자들이 고분양가에 대한 부담이 매우 큰 것 같다”며 “건설사들의 분양가 인하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더욱 확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