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0년 묶어둬도 될 아파트만 인기…분양시장 양극화 심화 불가피

뉴스 박영철 차장대우
입력 2007.10.12 15:46 수정 2007.10.14 17:03

공급 줄어 내년 하반기 미분양 사태는 진정될 듯… 2년 후엔 집값 뛸 것
정권 바뀌어도 상한제 큰 틀 유지, 단기투자 차익 실현은 어려워
<이 기사는 weekly chosun 197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송도신도시 중앙공원 부근의 아파트 단지. 분양가상한제 실시 후 유망지역 아파트가 아니면 분양이 어려워지고 있다. (photo 조선일보 DB)

“이럴 수가….”
지난 8월 말 동시분양이 실시된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지구의 결과가 나오자 부동산 관계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수도권 유망지역으로 관심대상이던 이곳에서 7개 단지, 5927가구가 동시분양됐으나 대량 미달사태가 빚어졌기 때문이다. 절반이 넘는 3338가구나 미달된 것.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미달이지만 모든 평형이 다 그런 건 아니었다. 전용면적 85㎡ 초과의 대형 아파트는 대부분 청약이 마감된 반면 중소형 아파트는 평균보다 낮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평형별로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가 다른 게 이유였다. 대형 아파트는 분양제상한가가 적용되지 않아 분양 후 전매가 가능하지만 중소형 아파트는 최고 10년간 전매가 금지된 것.
진접지구에 업계 관계자와 청약대기자의 눈길이 쏠린 것은 이곳이 유망지역인데다 분양이 분양가상한제 전면확대 직전에 이뤄졌고 상한가제가 적용되는 평형과 안 되는 평형이 뒤섞여 있어 앞날을 점쳐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9월부터 분양가상한제가 전면확대됐다. 분양가상한제는 토지공사 등이 조성한 공공택지에만 적용됐으나 이제는 민간택지에도 적용된다.
그로부터 한 달이 넘었다. 분양가상한제는 비슷한 시기에 함께 시행된 청약가점제 등과 맞물려 전방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분양시장의 양극화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당첨 후 최고 10년간 전매가 제한되기 때문에 아파트를 분양 받으려는 사람은 아무래도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한성대 부동산학과 이용만 교수는 “청약가점제 시행으로 유주택자들은 분양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게 됐다”며 “무주택자들도 10년 동안 묶여도 될 만한 아파트에만 몰릴 것이기 때문에 분양시장의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분양 아파트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 7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모두 9만여가구로 지난 16년간 평균치인 6만6000가구를 크게 웃돌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미분양 아파트가 16만가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역대 최고치인 1995년의 15만가구보다 많은 것이다. 건설업체들이 분양가상한제의 전면시행을 앞두고 올 여름 밀어내기식으로 대거 공급에 나서 대량 미분양 사태를 낳은 데다 모든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것은 사실상 내년부터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전면시행으로 주택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 것을 우려해 연말까지 경과규정을 뒀고 이 때문에 연말까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와 적용되지 않는 아파트가 뒤섞여 공급된다. 분양가상한제가 정착되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미분양이 다소 진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규 주택 수요자들이 분양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기존 주택 구입을 미루면서 집값은 안정되는 반면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는 “9월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0.02%로 지난 5월(-0.37%) 이후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며 “이사철인 9월 아파트값이 하락한 것은 8·31 부동산대책이 나온 2005년 9월(-0.43%)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리서치센터장은 “분양가상한제, 청약가점제 등 각종 부동산정책이 시행되면서 내 집 마련을 미루는 수요자가 늘어나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오피스텔의 인기는 올라가고 있다. 오피스텔은 주택으로 간주되지 않아 여러 채를 소유해도 무주택자로 분류돼 청약가점을 유지할 수 있으며, 분양을 받을 때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전매나 재당첨 기회 또한 제한 받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지역 오피스텔 전세는 2.25%, 월세는 2.33% 올랐다.
당장은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지만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서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가가 아닌 감정가로 땅값을 책정하는 분양가상한제하에서는 민간 시행자들의 수지가 맞이 않아 민간택지 공급이 대폭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수도권의 경우 민간 대 공공부문의 주택 공급비율이 53 대 47이지만 분양가상한제 후로는 민간택지 공급이 급감할 전망이다. 한성대 이용만 교수는 “분양가상한제가 전면 실시된 후로는 민간택지의 공급이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공택지를 늘리는 수밖에 없는데 수도권 공공택지는 현재로서는 송파지구와 판교지구 일부 물량 외엔 쓸 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체들도 주택사업의 비중을 낮추고 공공물량이나 해외 건설로 방향을 돌리는 추세다. 조대호 월드건설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분양가상한제가 완전히 정착하기 전까지 신규 주택사업은 보수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택지 공급이 부족해 주택 공급이 줄어들면 집값은 뛰게 마련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년 후에는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뛸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당분간은 분양가상한제를 둘러싼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초미의 관심사인 분양가 인하 폭을 둘러싸고 정부와 국민, 건설업체의 생각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민의 인하 폭 기대치가 20% 이상인 반면 건설업체는 대체로 15% 미만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고분양가 논란을 낳은 남양주 진접지구처럼 높은 분양가가 책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진접지구 아파트는 3.3㎡당 700만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717만~766만원의 높은 분양가가 책정돼 주위를 놀라게 했다. 또 분양원가 관련 모범을 보여야 할 주택공사가 분양원가를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어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대선 후 정권교체 여부에 따라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지난 9월 17일 매일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어느 정도 전매제한은 있을 수 있지만 너무 장기간 제한하면 부작용이 생기고 음성거래가 발생한다”며 분양가상한제의 전매제한 기간을 대폭 완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분양가상한제가 몇 년은 갈 것으로 보고 투자전략을 짜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분양가상한제 실시로 단기투자가 불가능해진 만큼 예전보다 배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 정보를 수집하고 심사숙고한 후 청약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 Q&A
지난 9월부터 전면 시행된 분양가상한제와 관련, 각종 의문점을 Q&A로 풀어봤다.
■ 분양가상한제란

- 아파트 분양가를 건설교통부 장관이 정하는 기본형 건축비 등으로 산정하는 제도. 건설업체에 택지를 감정가격으로 공급하는 대신 정부가 분양가를 규제하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 대상 아파트를 분양 받은 사람은 낮은 분양가로 시세차익을 얻기 때문에 분양 받은 날로부터 최고 10년 동안 아파트를 전매할 수 없다.
- 분양가는 택지비와 기본형 건축비ㆍ가산비로 구성되는데, 민간 건설업체들은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와 공신력 있는 평가기관이 감정평가한 택지비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산정해야 한다.
■ 어떤 효과가 있나

- 우선 택지비는 감정가액으로, 건축비는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가 적용되기 때문에 건설업체들의 택지·건축비 부풀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 정부는 특히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아파트 분양가가 현재 수준 대비 15~20% 가량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마이너스 옵션제

분양가상한제와 함께 시행되는 제도다. 건설교통부는 마이너스 옵션에 해당하는 품목들로 6개 부분의 마감재를 제시했다. 평면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골조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소비자들은 이 같은 품목을 개별적으로는 선택할 수 없다. 모두 마이너스 옵션으로 택해 시공하지 않거나 기존처럼 완제품을 분양 받는 방식만 가능하다.
마이너스 옵션 품목의 시공에 따른 비용은 지상층 기본형 건축비의 15% 정도다. 중소형의 경우 지상층 건축비는 3.3㎡당 355만8000원이어서 마이너스 옵션을 택하면 3.3㎡당 53만3700원이 줄어든다. 지상층 건축비가 3.3㎡당 361만8000원으로 정해진 중대형의 경우 3.3㎡당 54만2700원을 절감할 수 있다. 100㎡를 가정하면 기존보다 약 1601만원이 싸진다.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한 입주자들은 입주 가능일로부터 60일 이내 마감공사를 마쳐야 하며 ‘기본선택품목 시공설치 관련 확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같이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한 계약자는 동 및 세대를 우선 추첨해 배정 받는다.
다만 마이너스 옵션은 후분양제가 적용되는 2010년부터는 공공주택에서 선택할 수 없게 된다. 공정률이 60%를 넘으면 시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완성된 아파트에 시스템 에어컨 및 빌트인 가전제품 등 선택사양을 추가할 수 있는 플러스 옵션은 전체 공정률 40%가 넘어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 투기세력 견제는 어떻게 하나 

-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 원칙적으로 주변 시세에 비해 분양가가 낮아지는데, 상당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분양가상한제 아파트가 자칫 투기꾼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
-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아파트의 경우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대폭 늘렸다.
■ 분양가 정말로 떨어질까

-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 분양가는 확실히 현재 수준보다 떨어질 전망. 그러나 관련 업계는 정부의 주장대로 분양가가 현재 수준 대비 15~20%까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분양가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택지비를 낮추는 게 관건인데 서울·수도권의 경우 최근 몇 년 새 땅값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에 서울·수도권에서 아파트를 공급할 때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도 분양가 인하 폭이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 일고 있다.
■ 예상되는 문제점은

-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아파트 품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체는 보다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인데 정부가 분양가를 규제하면 건설업체로서는 값싼 마감재 등을 사용해 건축비를 최대한 줄이려 들 것으로 예상된다. 택지비는 감정평가금액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추가이윤 발생을 기대할 수 없지만, 건축비는 일을 덜하거나 값싼 마감재 등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추가이윤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분양가상한제는 아파트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 건설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공급 위축 가능성도 있다. 웬만한 사업장이 아니면 사업을 접는 경우가 속출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 일부 전문가는 공급이 위축되면 기존 아파트에 대한 희소성이 높아지고, 그러면 다시 집값이 들썩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수익성 악화에 따른 건설경기 침체와 과도한 분양권 전매제한 등으로 인한 부동산시장 침체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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