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지적도 무시… 개발지역 분양률 높이려
한국수자원공사가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라’는 감사원 지적에도 불구하고 토지 분양권 전매를 계속 허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자원공사가 경기도 안산·시흥시와 경북 구미시 일대에 개발한 신도시·산업단지의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사실상 부동산 투기를 방조했다는 지적이다.
8일 수자원공사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허천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지난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 이후 안산·시화신도시와 구미4단지의 토지 분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분양권의 명의 변경을 허용, 최근까지 모두 6323건의 전매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전매가 이뤄진 토지의 규모는 188만㎡(57만평)로 분양 금액만으로도 1조456억원에 이른다. 수공으로부터 토지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계약금만 내면 분양대금을 완납하기 전에라도 웃돈을 받고 제3자에게 권리를 되팔았던 것이다.
수공은 감사원이 2005년 10월 뒤늦게나마 ‘분양권 전매 허용으로 부동산 투기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도 2006년 5월에서야 안산·시화 신도시의 신규 분양 토지에 대해서만 전매를 제한하도록 했다. 구미 4단지에 대해선 신규 분양을 유보하기로 했다. 그러나 안산·시화 신도시의 경우, 전체 토지의 99% 이상이 이미 분양된 상태여서 기존의 분양권은 이후에도 전매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00년 9월에 분양된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주거용지는 최근까지 8번이나 분양권자의 명의가 변경된 것을 비롯해 전체 전매된 토지의 26%가 3회 이상 명의 변경됐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는 “건교부가 내린 분양권 전매 제한 지침은 ‘택지개발 촉진법’에 의해 개발·공급된 택지에만 국한돼 있다”며 “하지만 안산·시화신도시 등은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개발된 것이어서 전매가 허용됐다”고 말했다.
◆분양권 전매=주택이나 토지를 분양받은 사람이 분양대금을 모두 내고 취득하기 전에 그 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웃돈을 받고 파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