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땅값 부추기는 정부… 이러고도 부동산 잡겠다고?

뉴스 차학봉 기자
입력 2007.09.20 23:01

마켓 워치

5조8000억원의 부채를 지고 있는 코레일(옛 철도공사)은 조만간 부채 없는 초우량 공기업이 된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한 것도, 갑자기 철도 이용객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 그 비결은 코레일이 갖고 있는 서울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의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코레일이 민간에 매각하기 위해 제시한 최저 판매 가격은 3.3㎡(1평)당 5369만원이다. 전체 부지(10만7000여평)가격은 부채규모와 같은 5조8000억원이다.

코레일이 이처럼 엄청난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던 것은 ‘용도변경의 마술’ 덕분이다. 서울시와 협의해 초고층 빌딩과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용적률이 높아지고 용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당초 이 땅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적률이 높아야 250% 정도. 하지만 상업지역으로 용도가 바뀌어 용적률이 600% 정도까지 올라가게 됐다. 용적률은 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 가령, 용적률이 100%인 100평의 토지라면 100평짜리 건물만 지을 수 있다. 그런데 용적률이 600%까지 허용되면 600평짜리 건물을 지을 수 있어 땅의 가치가 사실상 6배로 치솟는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용도변경이 없었다면 땅값은 3분의 1 정도에 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2005년 뚝섬의 시유지를 3.3㎡(1평)당 7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아 1조1262억원을 챙겼다. 이 땅 역시 서울시가 초고층 주상복합을 짓도록 땅의 용도를 바꿨기 때문에 가격이 치솟았다. 건설업계는 “서울시에 이어 공기업까지 나서 땅 장사를 하는 것은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정책에 역행한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서울시는 뚝섬 토지에 대해 경쟁입찰을 부치는 바람에 기업 간 경쟁이 불붙어 땅값이 치솟고, 주변 집값까지 올려 놓았다. 코레일도 3.3㎡(1평) 최저 판매가를 5369만원으로 책정, 주변 땅값이 1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땅 장사를 규제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땅 장사를 부추기고 있다. 정부는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들이 이전 사업비 마련을 위해 수도권에 갖고 있는 사옥 부지의 용도변경을 허용해주기로 한 것이다. 공공기관이 수도권에 갖고 있는 토지가 무려 300만평이나 된다. 특히 한국전력 등 강남권 요지에 땅을 갖고 있는 공기업들이 많다. 경쟁입찰을 할 경우, 땅값은 천문학적으로 치솟고 주변 땅값과 집값이 덩달아 뛸 수밖에 없다. 건설산업연구원 김선덕 소장은 “정부가 땅값을 더 받기 위해 주변 교통여건이나 입지를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초고층을 허용할 경우, 교통난을 촉발시키고 도시계획과 경관을 망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제의 뉴스

18번 줍줍에도 "안 사요"…서울 신축 단지 굴욕, 할인 분양에도 텅텅
미국 MZ도 주거 사다리 붕괴…40세 돼야 집 산다
"5평 원룸 월세 100만원이 기본?"…'헉' 소리 난다는 서울 방값
"시세 3억대, 분양가는 6억?" 미분양 이천, 아파트 입지도 허허벌판ㅣ이천 증포5지구 칸타빌 에듀파크
모임공간 '상연재 서울역점', 확장 이전 100일 맞아 이벤트 연다

오늘의 땅집GO

감정가보다 4억 웃돈에도 "역대급 승자" 송파 아파트서 무슨 일
공사비 못 건진 '현대·반도·한신', 미분양 단지 통째로 임대 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