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여름이면 학군특수로 이사 수요가 늘어 비수기임에도 재미를 봤던 강남권이 되레 학군 때문에 집값 하락을 겪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평균 변동률이 -1.45%를 기록했다. 강남과 서초, 목동 등이 학군제 개편과 각종 규제로 옴짝달싹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 지역 중개업소들은 “8학군 시절도 다 옛날 얘기입니다. 마치 여름방학이 없어진 것 같아요. 평소보다 더 한산합니다”라며 ‘이상 저온현상’을 ‘걱정’했다.
매년 방학 철이 다가오면 매매·전세난에 조용할 틈이 없던 강남 대치동 일대의 S중개업소. 하지만 올해는 시장 상황이 다르다고 한다. ‘강남=교육특구’ 라는 공식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2010년부터 강북지역 학생들도 강남구와 서초구 등의 고교로 진학이 가능한 단일학군제가 도입되기 때문.
2년 뒷면 학군 권역 별 가격차가 줄어들게 되고 교육 양극화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내신성적 반영비율을 높이려는 새 입시제도가 시작되면 상대적으로 상위 등급의 내신을 받기 불리한 강남보다는 강북으로 전입하려는 수요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저간의 사정 때문인지 부동산 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www.speedbank.co.kr)가 같은 학군에 속한 지역의 연간 매매가 변동률을 비교한 결과 ‘강남8학군’의 중심인 강남·서초구는 지난해 26.14%나 상승했지만, 올해 1~8월에는 -1.45%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7학군에 속했던 강서·양천구도 학군제 개편 영향으로 26.29%의 변동률에서 -2.51%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강북의 대치동이라 불리는 도봉·노원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도봉·노원구의 매매가 변동률은 17.37%였다. 그러나 올해 8월 현재 3.45%로 상승폭이 둔화됐다.
다만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탓에 실수요가 대기해 있어 소폭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광역학군제 도입은 지난해부터 실효성 논란이 본격화되며 여러 차례 진통을 겪은바 있다. 우려와 달리 연초부터 정부의 강력한 규제정책과 맞물리면서 빛을 발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148㎡(45평형)의 경우 매년 7월경이면 어김없이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호가가 오르던 단지다. 하지만 올해 8월에는 연초보다 무려 2억원 가량 하락한 21억50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됐다.
은마 102㎡(31평형)도 8월 둘째 주 매매가가 10억1500만원으로 연초대비 1억원 정도 하락했다. 고가아파트가 밀집돼 있는 강남지역이 강북에 비해 정부의 DTI 대출규제나 분양가 상한제 에 따른 재건축 사업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학군제 개편으로 타격을 입은 지역은 강남구뿐 만이 아니다.
목동의 경우 그 동안 우수한 학군수요로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해 왔지만 광역학군제가 실시되면 고가의 노후단지가 밀질 돼 있는 목동에 거주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강하다. 목동 신시가지6단지 89㎡(27평형)는 올해 들어 7500만원 가량이 하락한 6억6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목동일대는 학군제 개편 이전부터 학교 정원이 초과돼 전학이 어려워 전세수요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었다.
목동 신시가지2단지 89㎡(27평형)의 경우 전세가가 작년 가을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오다 해가 바뀌면서 4000만원 가량이 내린 1억9500만원 선이다. 강남 못지않은 교육열로 우수 학원시설이 즐비한 강북지역의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도 방학 수요가 증발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전철 호재에 따라 역세권 일대 소형단지 위주로만 신혼부부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중계동 건영3차 105㎡(32평형)는 연초대비 전세가가 1500만원 가량 하락해 2억3000만원 선이다.
청구3차 105㎡(32평형)도 올해 들어 전세가 2500만원이 내려 2억4000만원 선이다. 하지만 광역학군제 여파가 미치지 못한 지역은 아직까지 영향력이 미미하다. 여전히 우수한 공·사교육 시장에서 소외된 지역들은 전입보다는 전출이 많기 때문이다. 은평구 수색동 K공인 관계자는 “입시제도가 개편됐다고는 하지만 이곳은 여전히 전입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책뿐 아니라, 강남에 뒤지지 않는 훌륭한 교육환경을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