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빈 사무실 거의 없어 상업용지 3.3㎡당 2억 육박
서초동 삼성타운 입주로 주변 상가 분양가도 폭등
수요 늘어 당분간 지속될듯
“집값이 잡힐 만하니까 이젠 땅값이 뛰네요.”
서울 강남 집값은 올 들어 약보합세가 뚜렷하다. 그러나 빌딩·상가 등 땅값을 기준으로 하는 비(非)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고삐가 풀렸다. 상업용지는 3.3㎡(1평)당 최고 2억원에 육박한다. 명동(明洞) 최고 노른자위 땅값과 맞먹는다. 주택용지도 3.3㎡(1평)당 5000만원에 달한다. 작년보다 10~20%쯤 오른 가격이다. 그나마 매물은 없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아파트 규제 강화로 상가나 빌딩을 찾는 투자 수요는 급증했다. 여기에 삼성 등 기업의 강남 이전 붐까지 겹쳤다는 것. 건설회사도 미분양이 쌓이는 지방보다 분양이 확실한 강남에서 땅을 찾고 있다.
◆테헤란로 빈 사무실 사실상 제로(0)=부동산 투자자인 임모씨는 최근 서울 테헤란로 이면도로변의 업무용 빌딩을 450억원에 매입하려고 계약날짜까지 잡았다.
그러나 계약 하루 전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매도인이 갑자기 200억원이나 더 올려달라고 요구한 것. 그는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에 물어봤더니 시세가 그 정도 나간다고 해서 혀를 내둘렀다”고 말했다. 요즘 강남 테헤란로에는 빈 사무실이 거의 없다.
GS타워·아셈타워 등 대형 빌딩은 공실률이 제로(0)다. 이런 탓에 올 초부터 10여개 기업이 사옥용 사무실을 구했다가 대부분 허탕을 쳤다. 구글(강남파이낸스센터) 등 2~3개 업체만 둥지를 찾았다.
한국감정원 김성진 연구원은 “테헤란로는 빌딩 10곳 중 8곳이 공실이 전혀 없는 완전 임대 상태”라며 “기업의 강남 이전 수요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수요가 넘치자 빌딩 몸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 땅값 기준으로 3.3㎡(1평)당 1억원선이던 강남·선릉·역삼역 인근 빌딩은 이면도로변도 2억원을 부르고 있다.
◆오피스텔·상가 분양가도 뜀박질=개인사업자나 중소기업이 선호하는 오피스텔도 세입자가 꽉 들어차면서 시세가 오르고 있다.
서초동 삼성타운 주변은 협력업체 등의 입주 수요 증가로 작년 말보다 20~30%씩 급등했다.
삼성타운 인근 두산베어스텔 241㎡형(73평형)은 6개월 만에 1억원 이상 올라 6억4000만원 선에 거래된다. 주변 상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2년 전 3.3㎡(1평)당 4000만원대에 분양한 서초동 트라팰리스 상가는 현재 8000만∼1억원을 호가한다.
새로 공급되는 상가의 분양가도 올랐다. 강남권의 웬만한 상가(1층 기준)는 3.3㎡(1평)당 5000만~7000만원, 비싼 곳은 8000만~1억원에 달한다. 서울 잠실 레이크팰리스단지 내 상가는 1억3000만원에 분양되기도 했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수석연구원은 “노후 대비용으로 인기가 높아지면서 상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땅값이 너무 비싸 업체 입장에선 분양가를 높이지 않으면 채산성을 맞추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규제 풀어 땅값 상승 막아야=전문가들은 당분간 강남 땅값 강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남아 있는 빈 땅이 없고 당분간 신규 토지 공급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지난 몇 년간 계속된 규제 강화가 결국 강남 토지의 희소성만 높였다”면서 “땅값이 오르면 장기적으로 집값도 영향을 받고 기업의 고정 비용도 늘어나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강남의 경우 주거지역도 3.3㎡(1평)당 3000만~5000만원대에 육박한다. 이 경우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2500만원을 넘어야 수익성이 나온다고 개발 전문가들은 말한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강남에 몰리는 수요 분산을 위해 강북이나 서울 인접 지역 등을 대항마로 만들기 위한 파격적인 개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