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림… 4개 단지 75% 몰려 편중심화
중소형… 대형보다 청약률 높아
주상복합… 대부분 수십대1 경쟁
싸고 좋은곳… 브랜드 덜 따져
정부가 새 아파트 분양제도를 발표한 지 두 달여가 지났다. 새 분양제도란 ▲무주택자 위주의 청약가점제와 ▲민간택지까지 9월부터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겠다는 것. 새로운 제도 이후 시장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본지가 지난 5월 중순 이후 분양된 서울·수도권 아파트 53개 단지(1만6000여 가구)에 대한 국민은행 청약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과거와는 다른 새 청약 패턴이 나타나고 있었다. 최대 변화는 인기 단지에 대한 ‘쏠림’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점. 흥행 보증수표도 대형에서 중소형으로 달라졌다. 가격보다 브랜드부터 따지던 소비자도 ‘입지(立地)와 분양가’를 먼저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곳만 한다”, 쏠림 현상=5월 중순 이후 서울·수도권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1만6000여 가구. 전체 청약자는 8만여 명으로 평균 청약 경쟁률은 5 대 1이었다. 그러나 청약 경쟁률은 단지별·상품별·지역별로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3만여 명이 몰린 인천 송도 ‘더샵센트럴파크1’ 등 4개 단지에만 전체 청약자의 75%(6만명)가 집중됐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단지의 경쟁률은 1.4 대 1에 그쳤다. 그나마 전체의 절반이 넘는 26개 단지는 모집 가구 수도 채우지 못했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인천·화성을 제외하고 수도권 비인기지역에서 대량 미달 사태가 속출했다. 경기 이천시는 620가구에 고작 18명이 청약했고, 동두천·김포도 청약률이 0.3 대 1을 밑돌았다.
상품별로는 주상복합과 타운하우스의 몸값이 뛰고 있다. 내외주건 김신조 대표는 “최근 주상복합 대부분이 지역 내 랜드마크(land mark) 위치인 데다, 비슷한 가격에 품질이 고급화되면서 다시 인기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주상복합은 대부분 1순위에서 수십 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되고 있다. 고양 행신·용인 흥덕 등 택지지구에 선보인 타운하우스도 아파트에 싫증난 소비자에게서 호평을 받으며 높은 청약률을 기록했다.
◆대형 선호도 추락…“작은 게 좋다”=대형 아파트 선호도가 떨어지는 반면, 중소형 인기가 살아나는 것도 눈에 띈다. 그동안 대형은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 폭이 높고, 공급 물량 부족으로 선호도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 세금 인상 등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 반면, 중소형은 가점제 시행에서 불리한 실수요자가 적극 청약에 나서고 있다. 지난 2개월간 청약률도 대형은 평균 0.7대 1에 그친 반면, 중소형은 1.7대 1로 배 이상 높았다.
중소형이라고 무조건 분양이 잘되는 것도 아니다. 지난 5월 말 공급된 이천시 S아파트는 51~70㎡(15~21평형)의 소형으로만 구성됐지만 252가구 중 단 3가구만 청약했다. 비인기지역이란 한계를 넘지 못한 탓이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대표는 “대형이라도 주변 공급 물량이 적고, 향후 발전성이 있다면 희소가치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분양된 서초구 방배동 ‘롯데캐슬 로제’는 평당 3000만원대에도 불구하고 238㎡형(72평형)이 2.5 대 1로 1순위에 마감됐다.
◆브랜드보다 입지·분양가 우선=삼성·대우 등 대형 브랜드라면 무조건 팔리던 시대도 지났다. 소비자들이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품질 차별화가 큰 의미가 없다는 점을 인식, 입지와 가격을 먼저 따지기 시작한 것. 지난달 대우건설이 분양한 인천 부개역 ‘푸르지오’는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에 역세권이었지만, 소비자의 분양가 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미달 사태를 빚었다.
반면, 중견업체인 월드건설이 서울 중랑구 묵동에 분양한 ‘월드메르디앙’이나 한진중공업이 서울 광진구에 내놓았던 ‘해모로’ 주상복합은 시세보다 3.3㎡(1평)당 100만원 이상 저렴한 분양가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내집마련정보사 강현구 실장은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 시행되면 현재보다 20% 이상 싼 아파트가 나와 가격 경쟁력이 없는 아파트는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화성 동탄·인천 송도·용인 흥덕 등 신도시와 서울 강북 뉴타운에 분양된 아파트가 선전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앞으로는 분양권 전매도 대폭 강화돼 청약통장을 아껴서 써야 한다”면서 “소비자도 확실하게 발전성이 높은 지역 위주로 선택의 폭을 좁히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