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일부터 상당수 지역 투기과열지구 해제
충청권 등 일부 풀리지 않아 본격 회복 힘들듯
“기존 집이 팔려야 새 집에라도 들어갈 텐데….”
부산 동래구에 사는 김모(39)씨는 동구에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에 벌써 반 년이 다 되도록 입주를 못하고 있다. 김씨는 “빚이라도 내서 입주를 하고 싶은데, 은행대출이 꽉 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내달 2일부터 부산, 대구, 광주 등 지방 일부 지역을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기로 했지만, 주택 수요자의 반응은 냉담하다. 겨우 분양권 전매가 허용되는 정도의 효과밖에 없는 탓이다. 지방에서는 미분양보다 기존 집이 안 팔려 잔금을 못 내는 사태가 더 심각하다. 주택 업체도 미분양 물량 해소에 도움은 되겠지만, 죽어가는 지방 주택 경기를 살리기엔 역부족이라고 평가한다. 대출 규제를 풀고, 양도세를 완화해 기존 주택 거래의 숨통을 틔워 주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투기과열지구 해제 효과?=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 계약 즉시 분양권 전매가 허용되는 것 외에도 ▲1가구 2주택자의 1순위 청약이 허용되고 ▲지역·직장조합·재건축조합의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고 ▲민간주택 85㎡(전용 25.7평) 이하 주택의 75%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제도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 주택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합법적으로 투기를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돼도 LTV규제(집값에 따라 대출금을 제한하는 제도)가 그대로 남아 집값의 최대 60%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일부 가수요자들의 계약이 늘어나 미분양을 줄이는 효과가 있겠지만 과열은 예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존 집값은 더 떨어질 수도=지방 수요자 입장에선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돼도 집값이 오르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9월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돼 시세보다 20~30% 싼 아파트가 나오기 때문이다. 새 아파트도 미분양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기존 주택 가격은 하락세가 더 심화될 가능성마저 있다. 그런 만큼 분양권 전매를 겨냥한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지방 시장은 전반적으로 주택공급이 많은 반면 지역경기 침체로 주택수요가 적은 만큼, 묻지마 투자를 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며 “향후 2~3년을 내다보고 교통이나 교육여건이 좋은 지역에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분양가의 적정성 여부와 함께 금융조건 등을 따져 선별 청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권은 연내 해제 어려울 듯=이번 투기과열지구 해제에서 빠진 충청권이 언제 해제될지도 관심이다. 충청권은 입주 때까지 전매가 금지돼 최근 분양된 천안시의 아파트 계약률이 10~30% 수준일 정도로 침체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내 해제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114’ 김희선 전무는 “상반기에 지방에서 유일하게 가격이 오른 울산과 행정복합도시·아산신도시 분양 등 개발호재가 많은 충청권은 내년에야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충청권이 과열될 경우, 인접 수도권으로 집값 오름세 심리가 확산될 수 있어 충청권 규제 완화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의 경우, 집값이 2~3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지금보다 더 규제를 푸는 게 주택시장 선(善)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한다. 내외주건 김신조 대표는 “기존 주택시장은 동맥경화에 걸려 집을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면서 “양도세나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기존 주택이 거래되고, 미입주 물량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키워드…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는 건교부가 청약과열을 막기 위해 지정하는 제도로, 분양권 전매를 금지한다. 투기지역은 재정경제부가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지정하는 제도로,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과세하는 제도이다. 올해부터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가 전국으로 확대돼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 재경부는 투기지역에 대해서는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