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소형평형 강제배정 형평 어긋나” 판결
재건축 조합원간 분쟁 이어질 듯
최근 재건축시장에서 신축될 아파트의 소형 평형 배정방식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8일 서울고법이 경기 과천 주공3단지 아파트의 재건축 결의 무효 소송 항소심에서 “기존에 소형을 소유한 조합원이라도 신축될 아파트의 소형 평형에 강제 배정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현재 수도권에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는 51곳. 대부분 과천3단지와 비슷한 방식으로 평형을 배정했다는 점에서 갈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판결은 ‘소형도 대형에, 대형도 소형에’ 배정될 수 있다는 뜻인 만큼 대형 평형 아파트 소유자의 반발도 예상된다.
과천 주공 3단지는 기존 13~17평형을 25~50평형으로 재건축하고 있다. 문제는 소형 평형 배정. 조합측은 선호도가 낮은 소형(25·26평형)을 13평형 조합원에게만 배정했다. 15·17평형은 모두 30평대 이상에 우선 배정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15·17평형 소유자가 최대 25평(2배) 정도 넓은 아파트를 우선 배정받는 것은 합리적인 비례 관계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소유 평형에 관계없이 모든 조합원이 자유롭게 평형을 신청하고 경합이 있으면 공개 추첨으로 결정하는 방식 등을 택했다면 형평성에 문제가 없었다는 게 법원측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들어 법원 판결이 평형 배정을 둘러싸고 ‘형평’과 ‘비례’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소수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04년 말 서울 영동차관아파트도 비슷한 이유로 사업이 중단됐었다. 당시 조합측은 15평형 조합원에게 33평형을, 22평형 조합원에게 42평형을 배정했었다. 15평형은 2배가 약간 넘게, 22평형은 2배에 약간 못 미치게 배정된 것. 이 과정에서 22평형 조합원 일부가 비례의 원칙에 맞춰 48평형을 달라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단지는 초소형 평형을 집중 건설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면서도 “각종 규제로 사업성이 나빠지는 상황이어서 조합원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